경쟁사 깜짝 실적, SK하닉 기대감 커져
D램 시장 첫 1위 차지...낙관론 힘 받아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1분기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까지 차지하면서 실적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증권가가 분석한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영업이익 6조원대가 예상된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4분기(영업이익 8조828억원)와 비교해서는 1조원 이상 감소한 영업이익이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약 125%가 성장했다.
직전 분기와 격차가 벌어진 것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탑재된 HBM 출하량이 정체 구간에 놓여 있어서다. 현재 엔비디아 칩을 생산하는 대만 TSMC의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가 SK하이닉스의 '깜짝 실적'을 기대하는 배경에는 경쟁사의 호실적이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올 2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난 8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1조8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79억1000만 달러를 상회한 기록이다.
주목할 점은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데 있다. 마이크론은 HBM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며 연속적으로 전분기 대비 50% 성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올 1분기 시장 전망을 상회한 성적표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초 4~5조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연초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량이 견인했다는 평가지만, D램의 출하량 증가 효과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전방 산업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D램 물동량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실적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매출 기준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36%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4%)를 앞섰다. 마이크론은 25%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41%)와 SK하이닉스(30%) 간 점유율 격차가 상당했지만, 지난해 4분기 2%포인트(p)까지 격차가 줄더니 올해 1분기엔 순위가 완전히 뒤집혔다. 삼성전자가 1992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이후 33년 만에 업계 선두가 바뀐 것이다.
이번 점유율 1위 기록에는 HBM의 역할이 컸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HBM 수요가 늘수록 D램 판매량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이 HBM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전자 역시 D램 출하량 증가로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내놓은 상황에서, 글로벌 D램 1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7일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속 하향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지만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 투자는 확대 중"이라며 "그래픽처리장치(GPU), 맞춤형 칩(ASIC) 등의 증가로 HBM의 폭발적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