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제1야당 대표…새역사 썼던 李
경선 준비 과정 속 흔들리는 모습도
굳건했던 지지율…리더십 유지 기반
"상처받더라도 일관된 개혁의 길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6월 11일 헌정사 최초로 30대 제1야당 당대표에 오르며 한국 정치사의 새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과 리더십에 대해 끊임 없이 제기됐던 의구심 탓에 결코 쉽지 않은 취임 초기를 보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역시 '대선 승리'로, 당대표로서의 평가는 모두 대선 승리를 이뤄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모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100점이라고 해서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의 점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당대표라는 사람에게 기대되는 능력은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전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선거에 임박한 시점까지 당내 완벽한 동의를 이끌지 못했지만 결국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했기에 좋은 결과를 냈고, 승리의 장수로 기억되고 있다"며 "제 개인적으로는 상처 받는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일관된 개혁의 길로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선 준비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그는 보수정당이 그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부분들에 새롭게 자신의 개혁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래도 제가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지점으로는 정당이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며 "정당의 비용·인사·운용·의사결정 구조 등 언론에 하나하나 기사화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소상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일시적 개혁 중단, 젊은 세대 관심 멀어지게
개혁 의지 약해지면 2030 언제든 다른 선택"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점은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취임 100일인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4%의 지지를 얻어 32%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보수정당 지지도로는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단 이 대표가 당대표에 오를 수 있었던 바람몰이에 큰 역할을 했던 2030세대의 지지가 취임 초기에 비해 다소 약해졌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선 주자들과 이 대표가 경선 준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갈등 국면을 노출했던 점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는 "8월 초중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다소 발언을 자제한 것도 사실"이라며 "강하게 추진하던 어젠다들이 관심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고, 일시적 개혁 중단이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정치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그는 "2030이 투표장으로 나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게 하려면 더욱 더 매력적인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단순히 주민등록 통계상으로 조정된 여론조사 수치를 믿을 게 아니라 유세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젊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진 눈빛으로 바라보고 환호하는지를 후보들이 현장에서 직접 바라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 각 후보별로 어제보다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면그 후보는 잘하고 있고, 어제보다 더 적은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면 다소 위험 신호가 켜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임해 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대한 '낙관론'은 절대 금물이라며 냉정하게 판세를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네 번의 선거패배 이후 한 번 이겼다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면 젊은 세대는 언제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젊은 층이 주력 지지층이 된 우리 당은 자유롭게 중간결과물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오픈 소스 문화, 그리고 지지자들이 집단지성으로 만들어가는 선거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극우 유튜버 경계해야…인구 2% 안돼
대선 승리 외에 다른 정치적 지향점 없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단 각오로 선거 임할 것"
이러한 맥락에서 이 대표는 일부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을 당이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줄곧 강성 유튜버들과 대립각을 세워온 바 있다.
그는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에서 '내 주변에는 문재인 좋아하는 사람 없다', '여론조사는 조작됐다', '부정선거' 등 비과학적인 언어로 선거를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정권 교체는 요원해질 것"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단일화,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유튜버들이 그렸던 시나리오가 맞아 들어갔던 적은 없다.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위해 모인 100만 구독자 유튜브 시청자들은 인구의 2%가 채 안 되는 것"이라 일축했다.
취임 100일을 지난 이 대표의 가장 큰 당면 임무는 역시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통해 대선 승리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는 평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인해 공석이 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이 대표가 직접 출마해 대선 후보와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는 공적인 사유는 차치하고,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대선 승리 외에는 제가 더 성장하기 위한 다른 정치적인 지향점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파부침주(살아 돌아오기를 각오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운다)의 자세로 불가역적인 정치개혁을 완성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재차 각오를 다졌다.
단 종로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제 고향인 상계동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게 제 꿈이지 국회의원 되는 자체가 꿈이진 않다. 그게 최대한 빨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이 국민 여러분을 빼놓지 않고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 100일 동안 때로는 좌충우돌하면서 때로는 욕먹으면서 때로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지내왔다. 감사드리며 남은 임기 동안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