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로 여객 부진 대체하며 실적 선방 지속 '기대'
기업결합심사 장기화로 더뎌지는 통합 작업 '우려'
항공 주도권 확보 위한 산업 재편 필수...전문성 갖춰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대형 항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면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양사간 인수합병(M&A) 작업은 지지부진하면서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기대보다 느린 속도로 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력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영업흑자를 달성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한 대한항공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11억원이다. 전 분기인 2분기(1936억원) 대비 소폭 하락할 전망이지만 전년동기(영업손실 314억원)에 비하면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올 상반기(2951억원)를 합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넘어 6000억원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연결기준 예상 영업이익이 420억원으로 전년동기(134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분기(559억원)와 비교하면 다소 줄어드는 것이지만 영업손실(-886억원)을 기록한 올 1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지속하며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로 돌아섰다.
지지부진한 여객수요에도 화물 수요 급증으로 실적 선방
7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3분기에도 여객 수요가 여전히 지지부진했지만 화물 수요로 대체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여객수요에 거의 의존하는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화물수요가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화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면서 항공 화물 운임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전국 공항의 화물은 61만3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통적인 비수기에도 수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초 다소 주춤했던 항공 운임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화물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 화물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지난주 1㎏당 10.52달러를 기록하며 전주(9.70달러) 대비 약 8.45% 상승했다. kg당 단가가 두 자릿수를 돌파한 건 지난 2015년 지수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7.5달러에서 올 들어 지난 3월 5.48달러까지 떨어지면서 다소 주춤했던 화물운임은 이후 다시 급등하며 5월 8.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7달러 선으로 밀리면서 상승세가 한풀꺾이는 듯 했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거침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됐던 연내 여객 수요 회복이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이지만 대형항공사들은 견조한 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실적 선방을 지속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화물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여 여객 수요가 조금씩 살아난다면 실적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속도 못 내는 양사 M&A...경쟁력 강화 차질 우려
양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양사간 M&A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현재 인수 및 통합을 위한 필수 선행조건인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국가 경쟁당국에서 이뤄지는 이 절차는 양사간 합병으로 특정 노선의 독점이 심화돼 항공권 가격 상승 등 소비자 편익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현재 각국에서 기업결함 심사가 진행 중인데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연내 승인 절차 완료가 점점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래 승인을 완료한 국가는 터키(2월)·타이완(4월)·태국(5월) 등 3곳에 불과하다. 아직 국내를 비롯,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베트남 등 6개국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임의 신고·승인 국가 중에서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 승인을 받았고 영국·호주·싱가포르 등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일부 국가에서는 양사의 중복노선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기준 67개 노선이 중복되는데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이 노선들에서 다른 항공사 대비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우려로 승인이 이뤄져도 ‘조건부 승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결합심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M&A 절차 지연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의 부담이 가중될 처지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수혈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경영 개선도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이 국내에 둘 뿐인 대형항공사라는 점에서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필수적으로 이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M&A가 좀 더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항공산업의 특성상 양사간 합병이 지연될수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본격화 될 글로벌 항공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 경쟁당국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심사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양사간 M&A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한 후 계약기간을 6월에서 10월 말로 연장했다.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거쳐 통합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연내 승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때문에 국내에서 심사 속도를 높여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들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항공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고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보다 객관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이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사간 통합을 통한 산업 재편으로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편익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속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며 ”기업결합심사에서도 산업의 특성과 시장 상황 등 보다 전문적인 시각을 토대로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