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도 늦었는데 내사만 5개월
권력사건 앞에서 경찰의 수사 골든타임은 왜 매번 실종되는가?
이재명 경기지사 영향력이 미치는 경기남부청에 사건을 맡긴 저의는 무엇인가?
이 나라에선 대선만 앞두면 무슨 무슨 게이트다 해서 연일 폭로가 터지며 국민들의 홧병을 키우는 게 아주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대선 후보라면 협잡과 배신이 판치는 정치 생태에서도 질긴 명줄을 자랑하는 생존자들이기 때문일까? 일반인이라면 꿈도 못 꿀 게이트 하나씩은 숨겨두고 있는 기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때마다 터져 나오는 경찰의 늑장 수사 논란이다. 언제나 '수사를 해도 선거 개입, 안 해도 선거 개입'이라는 속셈 아래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조직의 유불리만을 우선 따지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다루는 경찰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과다 배당으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와 관련된 모든 의혹과 유착관계를 캐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금융정보분석원(FIU)이 5개월 전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통보도 해줬다. 검·경 출신의 전문가들은 자금 흐름만 잘 쫓아가도 화천대유 임원들이 회삿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FIU의 통보를 받은 지 한참이 지나고 그것도 언론에서 보도를 한 뒤에야 떠밀리듯이 수사에 나섰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수사가 늦어진 데 대해 "사실 확인 때문에 시간이 소요됐다. 관련 조사 이후 3차례 소명자료를 받고 분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고 둘러댔다. 그 사이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해외로 도주했다. 대장동 사업 설계자로 지목되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를 착수해도 늦은 시기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그들이 자랑하는 수사의 골든타임은 왜 권력 사건 앞에서만 매번 실종되는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내사 수준에 불과하던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배당해 정식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제껏 일선서에 불과한 용산경찰서에 대형 사건을 떠넘기고 있었던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지사의 영향이 미치는 경기남부청에 이 사건을 맡긴 저의도 의심스럽다. 권력의 눈치만 살핀다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가수사본부나 서울경찰청에서 직접 움직이는 게 상식 아닌가. 벌써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천화동인 관계자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앞서 나가고 있다. 경찰 주변에선 뒷북수사가 우려된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내심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