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50억 클럽' 명단 공개…권순일 "사실무근, 심각한 유감" 강력 반발
법조계 "50억 약속 '재판 거래' 대가 약정금일수도…뇌물죄, 약속만으로도 성립"
"이재명 아무리 미워도 대법 무죄판결은 재심 청구 안돼…공범 처벌 가능성은 있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자 명단인 이른바 '50억 클럽'에 권순일 전 대법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는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권 전 대법관은 뇌물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재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 권 전 대법관이 사후수뢰죄나 뇌물죄로 유죄를 받는다면 이 지사가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있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50억 클럽'에 권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무소속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 모씨 등이 속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권 전 대법관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알지 못하는 일이고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런 식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의 전원합의체 사건에 참여해 "선거토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 항소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권 전 대법관은 2개월 만에 대법관직을 퇴직하고,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특히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질 시점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권 전 대법관실을 8차례나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권 전 대법관이 50억을 받기로 했다는 약속했다는 사실이 나오면 재판 거래 대가 약정금이라고 볼 수 있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 "뇌물죄는 약속만 해도 성립될 수 있는 혐의"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 전 대법관이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이 지사가 무죄를 받은 선거법 위반 사건도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 전 대법관이 김만배씨를 수시로 만났다면 재판은 오염된 것이고 오염된 재판은 재심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가 사실로 드러나 유죄를 받더라도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형사소송법 420조 7항에 따르면 판결에 관여한 법관이나 수사에 관여한 검사·경찰이 직무 관련 죄를 범했을 경우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하고 있으나, 재심 허용은 '유죄' 확정 판결된 피고인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1심에서 무죄가 나면 검사가 항소도 못하는데, 아무리 이재명이 미워도 1·2심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재판을 뒤집을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피고인을 위해서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데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난 사안을 유죄로 바꾸는 재심은 없다"면서 "단, 권 전 대법관이 사후수뢰죄나 뇌물죄로 유죄를 받는다면 이 지사가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있다"고 부연했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김태규 변호사는 "권 전 대법관이 유죄를 받더라도 재심 청구권 자체가 유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은 재심 청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권 전 대법관이 뇌물을 받거나 약속하고 무죄 취지의 의견을 냈다면 이는 재심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사법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봐야할 중대 사안"이라며 "권 전 대법관과 더불어 이 지사 역시 엄청난 형량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역시 최근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사건은 무죄로 확정이어서 재심 청구 자체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