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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주는 나라 ②] "실효성 없는 면접교섭 서비스, 아이 감정·권리만 무시된다"


입력 2021.10.15 05:50 수정 2021.10.14 20:31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어차피 신청해도 자녀 보러올 마음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강제성 없어 유명무실

"양육자와 비양육자 중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중재원 아닌 말 전달자일 뿐, 서로 감정만 상해"

"불편한 점 말하니 '이렇게 계속하시면 서비스 중단합니다', 협박처럼 느껴져"…제도의 한계만 드러내

일부 전문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많은데 중재 힘들어…자발적 양육비 지급 생각처럼 쉽지 않아"

양육비 ⓒ게티이미지뱅크

자녀와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이끌어낸다는 면접교섭 서비스의 순기능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한부모가족들은 여전히 면접교섭 서비스의 이용을 꺼리고 있다. 한마디로,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인데, 전문가들도 현재의 면접교섭 서비스가 강제성이 없고 한부모가족이 겪는 불편한 현실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개선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혼 후 3살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는 A씨는 "면접교섭 서비스를 이용해 면접교섭을 신청하더라도 강제성을 띠지 않다 보니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며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아이 아빠는 1년째 아이를 보러 오지 않고 있고 이 과정에서 아이의 감정과 권리는 다 무시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녀와의 교류를 통해 감정이 생기면 양육비를 자발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서비스인 것 같다"며 "주변 한부모가족들을 보면 어차피 서비스를 신청해도 자녀를 보러 올 마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서비스를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 면접교섭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B씨는 "자발적 양육비 지급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불만족스러웠고 나와 비슷한 이유로 많은 한부모가족들이 서비스 신청을 꺼리는 것 같다"며 "서비스 중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의 중재도 중요한데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서비스 자체가 체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원이 아닌 말 전달자로만 느껴졌다"며 "중간에서 서로의 말을 전달하다 보니 오히려 감정이 상하고 사이가 악화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면접교섭 서비스 이용자인 C씨도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한 케이스라 면접교섭 서비스를 받는 동안 비양육자와 마주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미리 말했고 관리원에서도 알겠다고 했지만 아이를 중개원에게 인도하고 돌아가거나 서비스를 받는 동안 비양육자와 마주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두려웠다"며 "도저히 체계적인 중재와 서비스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점을 말하니 나중에는 '이렇게 계속하시면 서비스 중단하겠다' 등 협박처럼 느껴지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재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도 현재의 면접교섭 서비스만으로는 비양육자의 자발적인 양육비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는 "크게 싸우거나 가정폭력을 당해 이혼을 한 부부 사이에 누군가 한 명이 개입한다고 해서 양육비나 면접교섭에 대한 문제들이 중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면접교섭 서비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특히, 양육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이에 응하는 비양육자가 많지 않아 중재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를 통한 자발적 양육비 지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부모단체 관계자는 "면접교섭 서비스 자체가 한부모가족에게는 와닿지 않는 제도인 것 같다"고 잘라 말하고,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한 가정이 많은데 양육자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언어적 폭력과 물리적 폭행 등에 에 대한 기억으로 만나고 싶지 않을텐데 중재를 해준다, 누군가 면접 교섭에 동행한다 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제도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지우 우리한부모가족지원센터 대표 또한 "현재의 면접교섭 서비스는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이 서비스만으로는 자발적 양육비 지급은 사실상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다수가 최악의 안 좋은 상황까지 가서 이혼하고 한부모가족이 된 경우가 많은데 중재를 받고, 상담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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