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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57)] 백승권, 베이스 세션에서 이제는 고등학교 교사까지


입력 2021.10.30 13:52 수정 2021.10.30 09:5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학생들, 꿈 잃지 않도록 잘 이끌어주고파"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20대에 베이스 기타 세션으로 활동한 백승권은 30대에는 선생님이라는 명함을 갖게 됐다. 지난해부터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한국 K-POP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악곡의 기본 패턴을 정립하고 화성 진행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필요한 연주 기법 및 이론학습을 통해 역량 있는 연주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그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시기도,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또래였을 때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의 연주를 보고 난 후,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음악 세션으로 눈을 돌린 건 대학교 선배였던 투챔프 덕분이었다. 유키스의 '삐걱삐걱'을 시작으로 스텔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디템포 등의 베이스를 연주를 했다. 최근에는 여성시티 팝 듀오 레인보우노트의 '수면'을 작업했고 가수 전건호와 작업 중이다. 백승권은 세션의 미덕을 작곡가의 의도를 잘 읽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곡을 의도하고 기획한 사람들이 주는 걸 보고 구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기본기가 필수고요. 기본기를 바탕으로 본인의 노하우를 연주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하죠. 저 같은 경우는 연주할 때 음의 길이를 가장 많이 신경 써요. 같은 속도의 곡이라도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죠."


브레이브걸스가 지난해 역주행의 신화를 쓰면서 그가 참여한 '운전만 해'도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음악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다.


"이 곡을 연주했을 때만 해도 어떤 가수가 부르게 될지 몰랐어요.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해 급하게 녹음했는데 작년 8월에 나왔더라고요.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을 때 음원이 발표됐어요. 학생들과 이 곡으로 음악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곡 자체도 워낙 사랑을 많이 받아서 뭉클했어요."


과거 베이스를 레슨으로 가르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기술을 가르치는 건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인 만큼 연주자가 되기까지 드러나지 않는 과정이나 인성이나 성품까지도 함께 지도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화려해 보이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 현혹이 쉽게 되더라고요 가령 음악 프로그램에 어떤 가수의 연주자 나타났을 때, 그 가수나 연주자가 어떤 음악을 했고,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결과와 보이는 것에 더 신경 쓸 때가 있어요. 그러면 흉내 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되죠. 그래서 저는 외국의 가수나 연주자들의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학생들의 눈과 귀를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세션은 경력이 오래될수록 내공이 깊게 우러나와 세대교체가 쉽게 되지 않는 신이다. 이에 백승권은 유튜브나 틱톡 등 SNS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요청이 들어왔을 대 자신 있게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해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고, 실력이 미흡한 것 같다고 미루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실력을 드러내고 발전하는 것을 꾸준히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완성된 실력으로 어딜 나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보세요."


그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가수는 조용필, 이선희다. 음악으로 전 세대를 어우르는 대중성은 그를 절로 겸손해지게 만든다.


"조용필, 이선희 선배님들의 노래를 들으면 대중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아요. 가사나 멜로디 등 음악적으로 감동을 주는 곡이 많아요. 연주자의 입장보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듣거든요. 정말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정한 순간부터 그의 목표는 배고프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현재 연주로 신에서 인정을 받고 학생들까지 지도하고 있으니,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제2의 꿈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탈하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저와 같이 음악을 시작했다가 가정환경이나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한 친구들이 많아요. 굉장히 이탈률이 높은 직업이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되도록이면 꿈을 향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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