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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각하는 예능②] “친환경적 방송, 극히 일부…아직 갈 길 멀어”


입력 2021.10.31 13:34 수정 2021.11.01 13:0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방송가 1회용품 사용 무분별하게 노출

일종의 '그린워싱'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예능가에 환경 문제를 덧입히는 ‘착한 예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착한 예능’은 준법정신을 강조하거나, 개인(또는 프로그램)의 기부 등에 초점을 맞춘 ‘공익 예능’의 성격을 띤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환경문제와 기후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회적인 쟁점까지 포괄하는 식이다.


ⓒtvN, JTBC, KBS2

이전에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태풍이나 산불, 홍수 등 기후변화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상생·사회적 가치 실현 등 개인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과감하게 소비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연장선으로 환경 관련 콘텐츠에 대한 소비도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최근 방영됐거나, 되고 있는 tvN ‘윤식당’, KBS2 ‘오늘부터 무해하게’, JTBC ‘바라던 바다’ 등은 물론, 프로그램 내에서 다회용 머그잔을 사용하고 있는 tvN ‘알쓸범잡’ 등 다수 프로그램들이 실제 대중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봤다.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사무총장은 ‘바라던 바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케이팝이 음악 산업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바라던 바다’는 방송된 지 약 두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억뷰를 훨씬 넘었다. 대중에게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한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그는 블랙핑크 등 케이팝 스타들의 영향력을 활용해 환경보호에 대한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바라던 바다’의 취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세계 시민권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WFUNA의 노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바라던 바다’의 훌륭한 진취성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모든 케이팝 팬들에게 지속되길 바란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다만 이런 대중의 관심을 반영해 예능에서도 환경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일부’에 국한되어 있는 이 같은 인식이 더 많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실제로 방송가에서는 여전히 1회용품, 플라스틱 등의 사용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방송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1회용품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간 20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방송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조사기간 중 방송에 노출된 1회용품 사용만 총1306(중복제외)건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생수를 포함한 음료 PET가 45%(590건)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1회용 배달용기 및 포장용기가 11.56%(151건)를 차지했다. 또한 비닐 포장재(140건)와 1회용 컵(130건)이 각각 10.71%, 10%씩 나왔으며 특히 1회용 컵 사용에 있어서 한 몸처럼 붙어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별도 추산하지 않아도 1회용 컵 사용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최근 큰 화제성을 보였던 엠넷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경우, 댄서들의 대기실 장면과 연습장면이 매회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때 1회용 포장용기와 1회용컵이 대거 노출되어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tvN의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 ‘식스센스2’의 경우에도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 세트를 만드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라 이로 인해 한번 촬영되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매주 발생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조민정 활동가는 “환경 다큐보다 대중적인 예능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건 굉장히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이런 프로그램이 일부라는 점은 아쉽다. 좋은 ‘환경 예능’을 만들면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일회용품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일종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짜 쓰레기를 줄이고, 미래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한을 둔다던지 이에 준하는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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