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발표
같은 기간 조사인데 정반대 결과도
조사방식 따라 선호도 차이 발생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실시한 조사에서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등 오히려 민심 파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조사방식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면접원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주로 유리하게 나온다면, 자동응답조사(ARS)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나 홍준표 후보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식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5~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는 45.8% 지지율을 얻었으며 윤 후보는 35.7%를 얻는 데 그쳤다. 홍 후보를 상대로도 이 후보는 41.9%를 얻었고 홍 후보는 39.3%로 오차범위(±3.1%p) 내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조사는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안심번호를 활용한 조사원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이 후보 40.9% 대 윤 후보 45.3%, 홍 후보가 나섰을 때에는 이 후보 38.9% 대 홍 후보 44.4%였다. 무작위 전화번호 추출 및 자동응답 방식의 조사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방식에 따른 차이…왜 벌어지나
전문가들은 조사방식에 따라 참여자들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사원 조사의 경우 거절 사례가 ARS와 비교해 적은데, 상대적으로 중도층이나 정치 무관심층까지 응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ARS의 경우 주로 정치 고관여층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게 중론이다.
직종에 따른 정치 선호도가 조사방식에 의해 나타난다는 견해도 있다. 전화면접의 경우 진보 성향이 강한 직장인이나 블루컬러의 참여비율이 커진다면, ARS는 자영업자 등 보수 지지층이 많은 직종이 참여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대표는 “현재 여론조사는 표본 추출 시 성·연령·지역에 따른 분류만 있을 뿐 직업과 같은 다른 요인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전화면접은 진보 지지층이, ARS는 보수 지지층이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무엇이 더 정확한가
어떤 조사방식이 더 신뢰도가 높으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전화면접 조사가 응답률이 높아 중도층이나 정치 무관심층의 여론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과가 다소 왜곡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조사원과의 통화에서 응답자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대체로 ARS 보다 ‘모름’ ‘무응답’ 응답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요한 공정(주) 대표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전화면접조사와 ARS 조사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데, 정치 고관여층 여론이 중도층이나 무관심층에 영향을 미친다”며 “‘모름’ 등 유보적 응답이 적은 ARS 조사가 적어도 현시점 기준으로는 여론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ARS의 경우 질문지에 따른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과 윤석열 중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고 보기를 주는 것과,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물은 뒤 같은 보기를 줬을 때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단면적 결과 아닌 추세선 살펴야
전문가들은 조사마다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숫자로 표시되는 결과만 보고 민심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순간순간의 민심이 여론조사에 반영될 수는 있으나, 선거 결과 예측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사기관 내에서의 변화 추세나 다수 조사의 흐름을 짚는 것이 필요하다.
배종찬 대표는 “같은 전화면접에서도 시간에 따라 변화가 있고, ARS 조사도 마찬가지”라며 “순간의 단면적 결과를 볼 게 아니라, 정기 조사 같은 방식으로 여러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조사의 추세선을 살피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업체의 관계자는 “기사 소비의 형태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언론이 지면을 찍어서 발행하는 것처럼, 여론조사 업체들도 관행적으로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업체나 특정 조사만을 맹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퍼센트로 표시되기에 오해하기 쉽지만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지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