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아파트, 취득세 중과 제외
결구 ‘풍선효과’가 부른 1억원 이하 아파트 열풍
“규제 압박으론 시장의 거래만 위축시켜”
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자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자,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장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가 아파트 인기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저가아파트의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이었으며 이 중 외지인 매집이 32.7%를 차지했다. 법인 매수 비중은 8.7%를 차지했다.
국토부는 “저가 아파트를 여러 차례 매수했다고 해 투기수요로 판단하거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면밀한 분석·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 과정에서 업·다운계약을 했는지, 편법증여나 명의신탁 등 위반사항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시가 1억원 매매 쏠림 현상은 정부의 정책 부작용으로 나타났으며, 또 정부의 ‘뒷북 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시가 1억원에 수요가 몰린 것은 규제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풍선효과였다”며 “정부가 말하는 거래 과정에서 위법이나 탈세의 경우는 평소에 국세청과 검찰의 제기능 등을 통해 충분히 조사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되는 규제 압박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세제를 구축해야 할 것”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다주택자 등의 취득세를 최대 4배 올리는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가 아파트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투기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지방의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광풍이 불었다.
결국 투기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1억원 저가 아파트를 뒤늦게 다시 조사한다고 밝히는 자체가 정부의 ‘어불성설’이라는 비난도 있다. 여기에 저가 아파트 거래로 버텨왔던 지방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조사가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미 모든 규제들로 시장에 주택 구매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노후 대비나 자산 증식을 위한 모든 투자처를 막는 것이 과연 좋은 판단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1억원 이하 아파트로 길을 열어준 셈인데 이를 또 규제로 거래를 모두 막아버리는 셈”이라며 “규제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