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00여명 은행 떠나
역대급 실적으로 퇴직금 ‘두둑’
올해 시중은행에서 최대 4000명에 달하는 은행원에 짐을 싼 가운데, 연말에도 감원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측은 비대면 금융 거래 활성화로 점포와 인력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고, 일부 직원들은 퇴직금 등 조건이 나쁘지 않을 때 제2의 인생을 출발하려는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특히 올해는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등으로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만큼, 희망퇴직 규모도 역대급으로 점쳐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다음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재작년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연 2회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지난 7월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한 바 있다. 특별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 최대 24개월 분으로 정년 잔여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연말 희망퇴직의 경우 통상적으로 하반기보다 퇴직 조건이 후하기 때문에 그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19년 369명(임금피크 277명·준정년 92명)에서 지난해 574명(임금피크 240명·준정년 334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12월 중순 이후 희망퇴직 신청이 진행될 것으로 가늠된다.
NH농협은행도 내달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NH농협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2017년 534명, 2018년 597명, 2019년 356명, 지난해 496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희망퇴직 조건과 대상 연령을 확대하면서 전년 대비 140여명이 더 늘어났다. 일반 직원의 경우 만 55세 직원은 월평균 급여의 35개월치, 54세 직원은 37개월치를 지급했으며,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에게 직급·출생연도 별로 20~39개월 치 급여를 주는 등 특별퇴직금을 더 늘렸다. 올해도 500명 안팎의 행원들이 농협은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3개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만 21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스스로 떠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각 220명, 130명씩 모두 350명이 짐을 꾸렸다. 한 해 두 번 희망퇴직은 신한은행 사상 처음이고, 규모도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에서는 전체 행원의 3분의2에 달하는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소비자 금융 사업부문의 원활한 폐업을 위해 최대 7억원에 달하는 파격 퇴직금 조건을 내건 덕분이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주간 희망퇴직을 진행한 결과 전체 행원 3500여명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23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신청자 가운데 선별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희망퇴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희망퇴직은 예전부터 있었던 제도이나 신청 횟수 및 연령, 파격적인 퇴직 조건 등으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 환경으로의 전환과 인생2막을 준비하려는 직원들의 수요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