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년차 이도류,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MVP 위업
이치로 이어 두 번째 수상에 일본 흥분..오타니 "기념파티 없다"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만장일치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됐다.
오타니는 19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AL MVP 투표에서 1위표(14점) 30장을 쓸어 담으며 430점으로 MVP가 됐다.
류현진 소속팀 토론토의 돌풍을 주도한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9점)와는 압도적인 차이다. 게레로 주니어는 수상자가 발표된 뒤 자신의 SNS 스토리에 오타니 경기 영상을 올리며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2015년 브라이스 하퍼(2021년 NL MVP)이후 6년 만에 탄생한 만장일치 MVP다. AL에서 만장일치 MVP는 오타니가 역대 11번째. 켄 그리피 주니어(1997년), 마이크 트라웃(2014년) 등 MLB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설들만 안았던 영광이다. 일본인 선수로는 2001년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에 이은 역대 두 번째.
MLB에서 투타겸업이라는 비현실적인 만화 같은 이야기로 눈길을 모은 오타니는 데뷔 4년차에 기어코 현실화했다. 선발 투수로서 160㎞의 광속구를 뿌리며 강타자들을 돌려세웠고, 타석에서는 160㎞로 날아오는 강속구를 때려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무대 미국에서도 이도류로 최고의 선수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 투수로서 23경기 130.1이닝 9승2패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156개를 찍었다. 타자로는 타율 0.257(537타수 138안타) 46홈런 26도루 100타점 103득점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승리에 1승 모자랐고, 50홈런까지 넘봤다. 1918년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 이후 100여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홈런’ 위업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MLB 최초의 100이닝-100삼진-100안타-100득점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만들었다. 올스타전에도 최초로 투수-타자 동시 출장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일본 언론은 호외까지 발행하며 오타니의 MVP 소식을 전했다. 도쿄타워에서는 오타니 등번호 ‘17’를 띄우며 점등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모두가 흥분하고 들떴지만 오타니는 수상 후 환한 미소를 띠면서도 차분했다. 오타니는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첫 MVP 수상도 영광인데 만장일치라 더 기쁘다”며 “기념 파티는 없다. 훈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세에 메이저리그 MVP 꿈을 이룬 오타니의 다음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날을 위해 오타니는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이것이 만장일치 MVP 오타니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