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어떤 환경에서도 차 배터리 화재·폭발 없어야”
선도기술지원센터, 국내 최대 규모 EMC 인증 시험실 마련
“광주시 친환경차 산업 발전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
“어떤 환경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화재나 폭발이 없어야 합니다. 센터의 시험은 배터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대피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정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평가연구실장은 지난 19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소속 기자단의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빛그린산단)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투어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광주그린카진흥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광주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빛그린산단 ‘선도기술지원센터’와 ‘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 “전기차 배터리 낙하, 침수 등 12종 시험 준비”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폭발로부터 운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는 아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증센터에 마련 중인 시험동은 배터리시험동, 충격시험동, 충돌시험동, 화재시험챔버(방) 총 4곳이다. 기자단은 8개 시험실로 구성된 배터리시험동을 돌아봤다.
이곳에서는 운전자가 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 대비해 높은 곳에서 배터리를 떨어뜨리고, 바닷물에 집어넣는 등의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정기 자동차안전연구원 평가연구실장은 “낙하·침수·연소 등 총 12종의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4.9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배터리를 떨어뜨리거나, 바닷물에 집어넣었을 때 화재나 폭발이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물에 담그면 화재가 발생하는데, 한 번 불이 나면 방전될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며 “물 10만L를 쏟아부어 진압해야 할 정도”라고 배터리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대피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 충격시험실에서는 충격시험 후 1시간 동안 모니터링을 하게끔 되어있는데, 사고 후 원활한 대피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배터리시험동은 11월부터 가동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충돌 및 충격시험실이 운영될 예정이다.
친환경차부품인증센터 관계자는 “지난 7월 국제기준에 맞춘 새로운 국내 배터리 안전성평가 시험방법이 개정됐다”며 “배터리 충격시험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12개 항목의 평가시험을 통해 제작사 기술지원 및 전기차 결함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재시험챔버가 준공된다. 전기차 및 버스 단위의 실차화재시험이 수행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자동차 안전성 인증기관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충돌시험동은 초소형 전기차부터 총중량 3.5t 이하 자동차까지 다양한 친환경차의 충돌시험(승객 보호, 고전원 배터리 안전성 시험)과 충돌속도(시속 100km)를 구현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충격시험동은 내부충격시험실 등 8개 시험실로 구성되며, 옆문·천정강도 시험장비 등 운전자의 안전 보장을 위한 부품의 구조 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시설이 갖춰진다.
이정기 실장은 “현재 연구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인데,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 인원의 10배 이상이 충원돼야 한다”며 “센터 구축을 통해 지역 내 인프라 활용도 증가와 직·간접 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도기술지원센터, '굴절버스' 들어가는 국내 최대 규모 EMC 평가실 구축
차량으로 10분 가량 이동하면 빛그린산단 내 선도기술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이곳의 시험 목표 역시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송경석 광주그린카진흥원 장비운영팀장은 “차량은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고신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는 기아자동차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최종 인증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센터의 기술 지원 분야는 친환경차 전자기적합성(EMC), 환경신뢰성, EV파워트레인, 배터리 성능평가, 기술개발 One-Stop 서비스 분야 5가지 시험으로 구성됐다.
눈길을 끄는 곳은 전장 20m 굴절버스의 인입 시험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 EMC 시험실이었다. EMC는 하나의 전자 장비가 주변의 전자 장비들과 전자기적 간섭 또는 방해를 일으키지 않고 운용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이 시험은 ‘전자파간섭(EMI) 측정’, ‘전자파에 대한 전자파내성(EMS)’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구성되며, 자율주행센서 동작 차량의 EMC 시험과 올해부터 법제화 적용 중인 전기차 충전 안전성 시험 대응이 가능하다.
박철 장비운영팀 책임은 “외부전자기파 영향을 받으면 전장부품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EMC 평가는 친환경차 인증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강조했다.
가상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로 ‘레벨4’ 자율주행플랫폼 개발 지원
선도기술지원센터에는 자율주행 플랫폼 연구개발 지원을 목표로 한 ‘가상환경 시뮬레이터’도 마련돼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실도로를 기반으로 교차로와 신호 체계, 트래픽, 도로표면 등의 주행환경을 높은 퀄리티로 구현한 것이다.
실제 시뮬레이터를 경험해보니, 눈·비가 내릴 때 도로의 미끄러움을 구현하거나 앞 차의 운전상황에 따라 주행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하나의 가상도로에서 2대의 시뮬레이터를 연결해 차량 성능 및 안전성 평가, 자율주행 시나리오 검증 등이 가능한 것이다.
선도기술지원센터는 이 장비를 활용해 광주지역 인공지능 자동차산업 관련 기업의 기술지원, 시험평가, 인증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량 성능과 안전성 평가를 지원하고,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길우람 장비운영팀장은 “가상환경 시뮬레이터는 자율주행 플랫폼 연구개발 활성화 및 실차 기반 테스트 안전성 제고,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향후 미래차 전장부품 개발 및 성능평가, Lidar와 같은 주요 센서, 자율주행 알고리즘 및 플랫폼의 기술개발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