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한섬, 다크호스로 부상…감각적 컬러·디자인 적중
취향 저격 브랜드도 큰 인기…“내년에도 성장세 지속 전망”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계열 패션기업이 국내 패션 시장을 이끌었다면 요즘에는 국내 신진·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쇼핑 활성화에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문화가 더해지면서 시장 트렌드가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절대 강자도 없고 영원한 약자도 없는 국내 패션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패션업계에 신흥 세력들이 속속 등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제조사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한다. 특히 개인의 행복과 취향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이 세대에서 ‘힙’한 브랜드는 F&F, 한섬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LB,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F&F는 올 3분기 매출액 3289억원과 영업이익 957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기 대비 각각 66.8%, 121.7% 증가한 수치로 3분기 실적 사상 최대치다.
F&F의 실적 호조 배경은 MLB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실제 F&F는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채널이 마비되자 중국 현지 매장을 늘려왔다. 지난해 말 71개였던 중국 대리점은 올 9월 말 기준 389개로 크게 확대됐다.
그 결과 매 분기 중국 현지법인 매출이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으며, 올 3분기에는 123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4% 증가했다.
국내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인기로 스트리트 패션 열풍이 분 것도 실적 증가에 한 몫했다는 평가다.
MLB는 스우파에 출연한 댄스크루 ‘프라우드먼’과 함께한 MLB씸볼 컬렉션 화보와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댄스 챌린지도 진행했다.
또한 스우파에 출연한 댄서 허니제이가 F&F의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인 스트레치엔젤스 호보백을 메고 나오자 순식간에 완판됐다.
여기에 김창수 F&F 대표의 장남인 김승범 상무를 전면에 내세워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을 꾀한 전략도 잘 맞아떨어졌다.
김 상무는 디지털본부를 진두지휘하며 F&F의 전 브랜드의 온라인·디지털 전략 등을 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타임·마임 등 고가 브랜드의 성장과 온라인 채널 강화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액은 2964억원,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5%, 41.0% 상승했다.
최근에는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을 앉혀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재직 시절 해외 브랜드인 톰브라운, 아미, 메종키츠네 등을 수입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그간 한섬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해외 수입 브랜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박 사장 영입으로 해외 브랜드 사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섬은 랑방 파리스, CK 캘빈 클라인, DKNY, 클럽 모나코, 발리, 타미힐피거, 타미 진스, 3.1 필립 림, 로샤스 등 9개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한섬 자사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도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콘텐츠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웹드라마상 극중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한섬의 의류들이 흐름을 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고 극 중 인물이 입고 나온 옷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섬은 재미와 최신 트렌드를 가미한 웹예능과 패션 관련 웹다큐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더마 화장품 출시도 예정돼 있어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MZ가 바꾼 패션 지형도②] “앉아서 당할순 없다”…전통·중소 패션업체 생존법>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