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조문·조화·국가장 3無 천명
이재명 "전두환 씨라고 불러야"
민주당, 메시지 수정하며 선명성 강화
흔들리는 호남 민심 결집 행보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와 관련해 “조문·조화·국가장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5.18 관련 사죄와 반성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한번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민주당사에서 1호 정책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이재명 후보는 전 전 대통령 별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 예우를 박탈 당했기 때문에 전두환 씨라고 하는 게 맞다”며 “전씨는 최하 수백 명을 살상하고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고, 이 중요한 범죄에 대해 인정하지도 않았다”며 “아직도 미완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도록 당시 사건 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문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씨’라고 칭한 뒤 “그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하여 형법적 공소시효는 종료됐지만, 민사적 소송, 역사적 단죄와 진상규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조화·조문·국가장 모두 불가”라고 천명했다.
전 전 대통령 별세를 계기로 5.18 관련 선명한 전선을 세우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엿보인다. 호남은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최근에는 그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호남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공을 들이면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호남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 26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마 전두환이 오늘 오전 사망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보다는 허망하고 분한 마음이 앞선다”며 “학살자, 내란의 주범, 전두환은 사망했지만 진실은 잠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처럼 전두환을 추앙하는 일부 부역자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기 바란다”며 각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초 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고 했던 민주당은 두 차례나 메시지를 수정하며 선명성을 강화했다. 최종 메시지는 ‘전 대통령’과 ‘애도’를 뺀, ‘전두환 씨의 명복을 빈다’로 정리했다.
한편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번 주말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 3주 차 일정으로 호남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 전 대통령 별세를 계기로 선명한 5.18 메시지를 통해 호남지역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