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상향, 연 2%대 9년만에 처음
내년 경제성장 3% ‘둔화’ ·고물가
연말까지 국내 소비자물가가 치솟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인 연간 4%를 유지한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 2%대는 2012년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다만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4분기 내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낮은 3%대이다. 성장 둔화 속 고물가가 이어지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문턱에 섰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직후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과 함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와 동일한 올해 4.0%, 내년 3.0%를 유지했다. 오는 2023년 성장률은 2.5%로 추정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향했다. 지난 2월 전망치 1.3%에서 5월 1.8%로 올린데 이어 8월 2.1%에서 2.3%로 3차례나 조정한 것이다. 내년 전망치도 8월 전망치 1.5%에서 2.0%로 올렸다. 단 2023년에는 1.7%로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물가 상향 조절은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에 따른 것이다.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하고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등으로 전세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국내 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넘게 2%대를 상회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전년동월보다 3.2%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치솟는 물가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라면(11.0%) 돼지고기·닭고기(12.2%) 상추(23.2%) 휘발유(26.5%) 등의 물품들이 뛰며 밥상물가가 무섭게 급등중이다.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어 내수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높은 백신접종률에도 잡히지 않는 신규 확진자 증가세도 변수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확신했으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목표의 절반치인 0.3%에 그쳤다. 4분기 전망치인 4.0%대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은 1.04%를 웃돌아야 한다. 백신접종 확대, 국내 방역 정책 전환, 2차 추경 효과 등은 긍정적 용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글로벌 공급차질에 따른 중국 경제 불확실성 증대, 에너지 가격 상승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잠재성장률도 갈수록 낮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현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잠재성장률이 2025년 1.57%, 2030년 0.97%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물가오름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병목 현상이 최소 내년 상반기 이후나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경제성장률 4%를 달성해도 코로나19 때의 효과와 인플레이션으로 체감 성장률은 2%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경기 부진에 다른 실질 소득 감소는 서민 경제를 위협할 수 있어, 유동성 관리 등을 통한 물가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