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장 귀국 다음날 바로 재판 출석한 이재용
반도체 투자로 국익 성과에도 활동 제약 여전
법 제도 준수하면서 국가 경제 기여 기회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오전 향한 곳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이었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 이슈로 매주 목요일 마다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함이었다. 오랫만의 장기 해외 출장으로 인한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재판정으로 발걸음을 해야만 했다.
13개월만에 이뤄진 해외 출장, 5년만의 미국 방문에서 모더나·버라이즌·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기며 광폭 행보를 보인 이 부회장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초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가능성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출장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투자는 이미 지난 5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식화된 상태였다. 이 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가야 최종 부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터였다.
하지만 실제 해외 출장이 성사된 것은 지난 14일로 파운드리 공장 부지는 이 부회장이 귀국한 24일에야 가장 유력한 후보지였던 테일러시로 최종 결정됐다. 투자가 공식화된지 반년만의 일이었다.
투자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였고 TSMC와 인텔 등 경쟁업체들이 발빠르게 투자에 나서고 있던 터라 한시바삐 공장 부지를 최종 확정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이 부회장이 8월 중순까진 구속 상태였고 출소 후에도 가석방이라는 신분때문에 쉽지 않았다. 형 집행이 완료될때까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고 국외 출국시 법무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월 22일부터는 매주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도 발목을 잡았다. 이번 미국 출장이 가능했던 것도 지난 18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져 공판 일정이 없었기 때문으로 수능이 아니었다면 출장 일정은 더 늦어졌을 수도 있었다.
형기를 아직 마치지 못했고 기소가 이뤄진 신분이기에 법 제도에 따라 보호관찰에 따른 출국시 허가나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기업인의 글로벌 경영이 사법리스크 때문에 차질을 빚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8월 정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유로 밝힌 '국익'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파운드리 투자 최종 확정으로 입증했다. 법 제도를 준수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 한다.
* 퍼팩트(per-Fact)는 ‘사실에 대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造語)로 사실을 추구한다는 마음을 담겠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