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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크박스 뮤지컬②] “흥행 보증수표? 일반 작품보다 작업 까다로워”


입력 2021.11.30 11:17 수정 2021.12.01 16: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익숙한 노래에 향수마케팅까지...관객 연령층 확대"

"대중가요,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작업 쉽지 않아"

지난 9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윈터가든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토니어워즈(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물랑루즈’가 뮤지컬 분야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총 10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최우수 작품상에는 ‘물랑루즈’와 함께 ‘재기드 리틀 필’ ‘티나’ 등이 올라왔는데 이들 모두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의 흥행성과 작품성을 방증한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CJ ENM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진 강점 덕분에 국내에서도 꾸준히 기존 흥행한 곡을 바탕으로 무대적 기법을 더한 작품들이 매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그날들’ ‘광화문연가’ ‘사랑했어요’ ‘미인’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고선웅 연출의 ‘백만송이의 사랑’ 등이 꾸준히 무대에 올려졌다. 이 외에도 오디컴퍼니가 제작하는 얼터너티브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앨범을 바탕으로 한 한미합작 뮤지컬 ‘요시미 배틀 더 핑크로봇’도 공연될 예정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단순히 기존 관객들을 불러들이는 것 외에도 익숙한 노래와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공연장에 잘 가지 않는 사람들까지 유입시키는 등 일반 대중에게도 진입장벽이 낮다. 히트곡을 편곡해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은 논리다. 뮤지컬 역시 대중성이 검증된 곡들을 복고·향수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연령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국내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차별화 포인트다. ‘사랑했어요’를 제작한 호박덩쿨 신병철 총괄프로듀서는 “‘사랑했어요’의 경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만이 할 수 있는 남북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크박스 뮤지컬을 ‘흥행 보증수표’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는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에서 실패했다. 이 뮤지컬은 1960년대 전성기를 누린 미국의 전설적인 록 가수 프랭키 밸리와 그가 속한 그룹 포시즌스를 다뤘는데, 이들의 음악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에선 음악만큼 중요한 것이 드라마의 서사다. 즉, 탄탄하고 절묘한 스토리가 덧붙여져 음악의 힘을 극대화 시킨다는 이야기다. ‘맘마미아!’가 기존 곡의 가사를 수정하지 않고 절묘한 서사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히트곡을 그대로 사용하려다 보니 짜임새가 헐거워 비판을 받는 일도 허다하다. 또 기존 가사를 일차원적으로 해석해 스토리에 끼워 맞추는 일도 잦고, 원곡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망쳐놓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PMC네트워크

예컨대 세대를 뛰어넘는 강력한 힘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조용필의 히트곡으로 뮤지컬을 만들려는 기획은 많았지만, 그 명곡들을 하나로 묶을 이야기를 만들지 못해 ‘가왕’의 뮤지컬은 지금도 미완에 머물러 있다. 뮤지컬 제작자들이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하고, 공을 들이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광화문연가’ 관계자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한 세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대중가요를 하나의 극으로 묶어내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완결된 서사에 여러 곡들을 묶어 드라마와 음악이 조화롭게 만들어져야 뮤지컬로서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 대부분의 대중가요들이 미리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연가’는 관객들이 함께 추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작업했다. 그래서 현실의 서사만이 아니라 월하라는 이승과 저승의 매개자를 설정해 현실과 가상세계라는 이분된 시공간과 스토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현실을 배경으로 엮기 힘든 음악들을 가상이라는 캐릭터와 시공간에 맞춰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음악이 익숙하기 때문에 극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쉽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2시간 반짜리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완전히 흥행한 곡들뿐만 아니라 극의 구조와 흐름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선택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랑했어요’ 신병철 총괄프로듀서도 “어떤 주제를 다루더라도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드라마와 다르게 뮤지컬은 2~3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장르이다 보니, 남북이라는 주제로 스토리 작업을 하는 게 쉽진 않았다”면서 “작품 흥행에 대한 미지수를 가지고 시작을 해야 했기에 정말 많은 고민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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