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기대감 커졌던 항공업계, 운항 취소 등 타격 가시화
정유, 유가 급락 우려 긴장감...물류 대란 재촉발 가능성
삼성·LG 등 해외 출장 자제와 회식 금지 등 대응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계가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 유입이 확인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높아진 긴장감 속에서 강화된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자체적인 사내 방역 조치 격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정유·물류업계는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업황 회복 기대감을 키운지 한 달만에 오미크론 변수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달 말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지 1주일만에 40개국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등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제 회복의 기지개를 펴던 업황에 다시 한번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3일 사적모임 허용 인원 축소 및 방역패스 전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방역조치 강황 방안을 내놓았다. 또 오미크론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16일까지 2주간 내외국민 등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간 격리를 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항공·정유·물류, 기대감 사라지고 노심초사
코로나19 상황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항공업계는 벌써 기대감이 우려로 바뀐 상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국제선을 중심으로 운항 재개와 증편 움직임을 보였지만 심상치 않은 오미크론 확산세로 추가 노선 계획은 고사하고 간신히 재개된 노선마저 올스톱되는 분위기다.
제주항공은 이날부터 오늘 16일까지 인천~괌 노선에 투입되는 총 7편(4·8·9·11·12·15·16일)의 항공기를 결항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에 괌 항공편을 예약한 이들에게는 위약금 없이 전액 무료 환불한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와 자가격리에 대한 부담으로 괌 여행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다른 항공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항공편을 통한 여행 수요가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운항 노선과 편수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행 수요가 절대적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은 상용 및 비즈니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LCC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화물 비중이 대형항공사에 비해 턱없이 적어 여객 수요 위축은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나마 조금씩 살아나던 항공 여행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가 컸던 정유업계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하락 조짐이 나타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딛고 경기 회복에 따른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왔으나 석유 제품 수요 둔화로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고 글로벌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기준 배럴당 3.1달러로 10월 7.6달러에서 1달 만에 절반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물류업계도 우려의 시선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항만 적체 현상 등이 조금씩 개선되는 듯 보였으나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시 인력 수급 차질과 이에 따른 항만 혼잡 심화 등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송 지연과 해상운임 상승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항만 봉쇄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내 방역 지침 완화했던 기업들 다시 강화 조치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사내 방역 지침을 완화했던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날 정부가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에 따라 출장 제한 및 회식 자제 등 다시 사내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전체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해외출장 자제 ▲회식 금지 ▲사적모임 최대한 자제 ▲사내 피트니스 등 실내외 체육시설 한시적 운영 중지 등 강화된 방역 조치 사항을 알렸다.
6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방안에 따라 해외 출장은 최대한 자제하고 경영상 필수 출장에 한해 사업부 인사의 별도 승인을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오미크론 최초 변이 발생 9개국에 대한 출장은 전면 금지된다.
LG도 이날 오후 전체 계열사들이 6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30%에서 40% 이상으로 상향 조치하기로 했다.
또 회의·집합교육 인원은 백신 접종 완료자만을 대상으로 기존 30인 이하에서 20인 이하로, 행사 인원은 기존 50인 이하에서 30인 이하로 참석 가능 인원을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접종을 완료한 외부 방문객만 사내 출입 허용 등 강화된 특별방역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새로 공지한 방역지침을 통해 오는 6일부터 교육과 회의, 세미나 등의 최대 허용 인원을 기존 50명에서 30명으로 축소하고 팀장 관할 아래 재택근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SK도 재택근무 활용, 비대면 회의, 사적모임 자제 등을 임직원들에게 적극 권고했고 한화도 부서별 30% 이상 재택근무 의무화, 사내 회의 화상 전환, 회식 금지, 국내외 출장 제한적 허횽 등 새 방역 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 이를 2년 가까이 유지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업계도 재택근무 기간 연장 등을 통해 감염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당장 내년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 행사의 정상 개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CES 2021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려 2년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화될 경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5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나흘간 예정된 기간이 줄어들거나 참가 기업과 인원 등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향후 상황을 주시하며 최고경영진의 행사 방문과 전체 참가 인원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업황 타격 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비즈니스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내년도 사업 및 경영 계획 수립에 변수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