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新농사직썰⑲] 농업 효율성 ‘치트키’…편이장비의 끝없는 진화


입력 2021.12.09 07:01 수정 2021.12.09 09:39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작업부하량・연간작업시간 단축

손잡이 회전 가위 등 아이디어 번뜩

내년 웨어러블 보조장치 사업 스타트


편이장비는 농업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서브 장비다. 모두 농민들 의견이 반영된 제품들이다. 점차 고령화되는 농촌사회에서 편이장비는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농업은 노동력에 비례해 생산과 가치가 결정되는 산업이야. 과일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농민들이 흘린 땀은 가치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지. 이런 척박한 농업환경에도 든든한 지원군은 있어. 바로 ‘편이장비’들이야. 농민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해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야. 고령자가 많은 농가의 일손을 효율적으로 덜어주는 아주 고마운 장비들이지. 의자・장갑부터 의류・위험감지 센서까지 편이장비는 디지털농업과 함께 끝없이 진화하고 있어.”


편이장비는 농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치트키’다. 편이장비를 사용하면 농가의 효율이 쑥쑥 오른다. 한번도 안쓴 농민은 있어도 한번만 쓴 농민은 없다. 그만큼 편이장비는 농민들의 수족과 같다.


편이장비가 보급된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농가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소득향상, 각종 근골격계질환 등이 현저히 줄었다. 일부 편이장비들은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농가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오랜 기간 사랑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 기간에 1484개소 농촌 마을과 단체에 전동운반차, 동력방제기 등 모두 11만8420점의 편이장비를 보급했다. 편이장비 도입성과를 분석한 결과 편이장비 사용 후 작업 부하량과 연간 작업시간이 절반 이상 줄었다. 또 농업인 근골격계 부담과 농작업 시간이 줄어총 소득의 증가와 고령 농업인들이 지속적으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


김경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인안전보건팀장은 “편이장비 보급 사업이 농업인들의 고된 노동에서 오는 부담을 해소하고 농작업 생력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보급된 편이장비가 농업인 건강과 농촌 발전에 기여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을 달리는 편이장비…디자인은 덤


이전 편이장비들이 농가 작업에 대한 효율성만 강조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첨단기술까지 갖추며 ‘똑똑한’ 장비로 진화 중이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기계 교통안전・사고감지 알람이다. 그동안 현장 실증연구를 끝내고 올해 인천, 제천, 하동, 장흥, 남원 등 5개 시군에 보급됐다.


지난 2019년에 개발된 이 시스템은 농기계에 부착된 단말기와 주행안내표지판 사이 양방향 통신으로 농기계 종류, 접근 거리 등 정보를 제공한다. 주행안내표지판에서 인식 후 주위 차량운전자에게 농기계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주행 중 농기계 넘어진이나 뒤집힘 사고, 응급호출, 위치 알림 기능도 탑재해 사고 발생 시 보호자나 응급기관에 실시간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휴대폰 앱과 컴퓨터 모니터링까지 개발해 편의성도 높였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2015~2019년 농기계 교통사고 연간 발생건수는 평균 1017건으로 나타났다. 주로 농기계를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많다. 이 시스템이 농기계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농진청 관계자가 냉각조끼의 핵심 재료인 보텍스 튜브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최근에 개발한 에어 냉각조끼도 눈 여겨볼 편이장비 중 하나다. 보텍스 튜브 장치를 이용한 제품인데 여름철 시설하우스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보텍스 튜브를 통과하면서 차가워진 압축공기(현재 온도보다 15.7도 낮아짐)가 공기관을 통해 의복 안쪽으로 보내져 작업자의 체온 상승을 낮추는 시스템이다.


에어 냉각조끼를 착용할 경우 기존 작업복보다 의복 내 온도는 13.8%, 습도는 24.8% 낮아진다. 보텍스 튜브 장치는 화학적 반응 없이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농작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에어 냉각조끼 제작이 가능하다.


조끼에 연결하는 공기관은 작물생육 특성과 시설 유형에 따라 저상형이나 천장 레일형 중 효율적인 공급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멜론과 같은 수직 재배 작물과 수경재배 작물은 공기관을 바닥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저상형을 적용하면 효율적이다. 반면 상추나 참외 등 저상작물은 시설 위쪽으로 레일을 설치한 후 공기관을 연결하는 천장 레일형이 유용하다.


기존 냉각조끼의 경우 얼음팩이나 팬(Fan) 장치를 조끼 내에 넣는 방식, 물을 조끼 내부에 순환시키는 수랭 냉각방식 등이 보편적이다. 에어 냉각조끼는 고압의 차가운 공기를 의복 내로 넣어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무게가 가벼워 활동량이 많은 농작업에 적합하다.


◆농업용인데 산업 전반에 쓰이는 편이장비들


농업용이라고 농업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 상품인 만큼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특히 ‘손잡이 회전용 농업용 가위’는 전기작업 등 절단작업을 하는 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손등에 손잡이를 끼우는 밴드가 신의 한 수다. 이 밴드로 인해 가위 작업 이외에 다른 작업을 할 때 가위를 뒤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농진청이 조사한 가위 사용 만족도를 보면 기존 가위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손잡이 편안함은 전체 설문에서 가장 높은 6.5점(7.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시중 가위 만족도가 평균 4.3점인데 비해 회전용 가위는 평균 5.6점으로 만족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작업시간은 기존 가위보다 0.8시간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인안전보건팀 연구사가 최근 개발된 편이장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고추 수확 운반차는 고추수확시 허리를 숙이는 작업자세를 개선하고 수확한 고추포대를 들어나르는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이 운반차 한대만 있으면 작물 수확용 의자, 끌기・밀기 운반차 역할이 모두 가능하다.


여기에 360도 회전과 높이 조절이 가능한 의자 부착, 양산, 선풍기, 야간 조명 등을 부착할 수 있어 야외, 실내의 대부분 산업군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이밖에 농작업화의 경우 등산화 수준의 경량성과 미끄럼방지 기능을 갖춰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농작업화는 투박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농진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능성과 더불어 디자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안감은 극세사와 신소제를 사용하고 겉감은 발수처리된 섬유소재를 채택했다. 여기에 야간 작업시 식별이 가능하도록 재귀반사 소재와 장시간 작업에서 발생하는 땀 냄새 등 냉감・항균 기능성도 넣었다.


사용자 평가 결과에서도 착용시 편안함을 조사한 6개 항목에서 모두 평균 8.2점(10점 만점)을 나타내 기존 작업화보다 2.5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기존 3점대 초반에 머물던 디자인(5점 만점)은 4점대 중반까지 상승하며 작업화 만족도 상승에 방점을 찍었다.


◆농업인 안전의 든든한 후방지원군 ‘농업인안전보건팀’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인안전보건팀은 농민들의 사소한 의견도 놓치지 않는다. 안전과 편의성에 관련된 일이라면 눈과 귀를 열어두고 모두 시도한다. 특히 최근 2~3년 간 농업안전보건의 디지털화 및 신규 R&D 기술이 확산되는 추세에 따라 편이장비도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올해 개발한 디지털 농기계 교통안전・사고감지 알림시스템 뿐만 아니라 농약방제복, 보호장화, 폭염대응 에어냉각조끼, 농업인용 응급구급함 등은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제품들이다. 모두 농업인안전보건팀 유연한 발상과 연구의 성과인 셈이다.


또 지난해에는 농업인 업무상 재해 통계 생산과 대국미 서비스를 위한 설문조사 및 국가통계 생산・관리를 수행했다. 전국 농업안전보건센터 중앙DB센터로서 데이터 수집・분석, 농업인 안전 재해보험 보상자료 분석,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 경찰청 농기계 교통사고 자료 등 2차 자료 분석 등을 맡았다.


농업인안전보건팀에는 그동안 개발된 편이장비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향후에도 농가 의견을 반영해 더 좋은 장비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배군득 기자

농업인 안전보건 정보의 대국민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농업인안전365’ 홈페지 개편 작업도 이뤄졌다.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모바일 반응형 웹을 신규 적용했다. 또 근골격계질환 예방체조 등 다양한 교육영상 콘텐츠도 확충했다.


농업인안전보건팀의 올해 정책비전은 ‘건강하고 안전한 농작업으로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농작업 사고율을 3.1%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19년 6.3%보다 50% 감소한 수치다.


올해 핵심 추진업무는 ▲농작업 안전・편이 증진 기술 개발 및 리빙랩 연구 ▲건강위험요인 위험도 평가 및 안전관리 기준 연구 ▲농업인 업무상 재해 통계 생산 및 예방 방안 연구 등을 3개 핵심으로 잡았다.


내년에는 농업인용 웨어러블 보조장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작업 편이장비 편람과 농업인 개인보호구 편람에 수록된 제품들을 농업인 안전 365에서 검색해 구매처까지 연결되도록 서비스에 나선다.


김 팀장은 “농업인 업무상 질환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내년부터 5년간 농업인용 웨어러블 근력 및자세보조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농업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게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실용적인 기술개발과 보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2월 16일 [新농사직썰⑳]이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