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주최국 역할하겠다"면서
"어떤 결정도 안했다"는 '모순'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이후 뉴질랜드·호주·영국 등이 잇따라 같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미국으로부터 동참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주로 신문에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보내되 고위급 인사 등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최 차관은 "백악관에서 정확하게 표현을 했다"며 "그것(외교적 보이콧)은 각자의 국가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도 어제 발표했듯 저희는 어떤 고려도 하고 있지 않다"며 "그건 외교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던 지난 7일 "우리나라를 제외한 타국의 동참 여부를 계속 봐야 될 것"이라며 "어떻게 예단 된다고 말할 사안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국제사회 논의 흐름에 편승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최 차관은 '다른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되게 중요한 것이 평창, 동경 그리고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동계올림픽"이라며 "이것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저희는 직전 주최국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는 직전 주최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보좌관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징계를 받아 국가 단위 참가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사실상 정부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한 셈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보좌관인 이고르 레비틴과 러시아 선수단을 만나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국이고 또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참가는 우리 평창올림픽을 더욱 빛내주고 있을 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려는 한국의 노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최 차관의 '직전 주최국 역할'은 사실상 미국 주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데 최 차관은 '직전 주최국이 보이콧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는 진행자 발언에 대해선 "저희는 어떤 결정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직전 주최국 역할을 하겠다고 해놓고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한편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 차관의 '직전 주최국 역할' 발언을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현재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 대표단을 보낸다면 어느 정도 직위의 인사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도 "우리 정부 대표 참석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