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5인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목소리 높여
외식업계 "현실 동떨어진 주장"…역효과 초래 가능성↑
연말을 앞두고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국회 입법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면서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은 근로자 보호보다는 영세사업장 사용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오는 16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소위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을 비롯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이 법을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행법 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각종 수당과 노동조건 등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연장 및 휴일, 야간 가산수당 적용이 제외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노동관계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준법이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경직돼 있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 전면적용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자 간 형평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업계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근로자들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씨(50대)는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전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일부의 주장과 논의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조차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박함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재앙과 같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의 담론이자, 악법으로의 개악에 불과하다”며 “근로기준법 적용확대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실업자 양산 등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세한 사업장이 가산수당, 유급휴가 등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직원을 유지하는 대신 자동화기기 도입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다.
이를 배경으로 소상공인업계는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을 선제 과제로 요구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현재 소상공인들의 임금수준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정책 구축이 선행된 이후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자 적용은 소상공인들이 고용기피로 연결되고 일자리 확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노무 관리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역시 다양한 배경을 앞세워 강력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협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근로자들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유례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국회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논의한다는 것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절박함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면,노동계 등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 불합리한 처사”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