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국내 상륙에 백신패스 도입
소상공인·자영업자 방역위반 책임까지 떠안게 돼
미접종자·완치자 낙인까지…“예측 기준 마련 필요”
백신은 필요조건일 뿐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저 백신 접종률에만 집착했다. 접종완료율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 장담했다. 11월을 기점으로 정부의 백신 목표치가 달성되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대통령 역시 호언장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는 5000명, 1만명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했다”며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 공언은 불과 일주일 만에 허언이 됐다.
정부는 걷잡을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위드 코로나 중단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방역패스를 확대 도입하면서 불거졌다.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 시행으로 일상회복이 잠시 멈춰서면서 기대했던 연말 대목마저 사라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제 고객의 방역 위반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예상대로 첫날 현장은 어수선했다. 시설 이용자가 스스로 QR코드 체크를 통해 접종 완료를 증명하고 입장을 하면 천만다행이지만,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마저 거짓으로 속이거나 도용해 입장할 경우 일일이 확인할수 없어 힘들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방역대책을 지키지 않는 손님보다 이를 막지 못한 가게주인에게 부과되는 책임이 더 큰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두 번 이상 위반하면 과태료 300만원에 영업정지 일수도 2회 위반 시엔 20일, 3회 위반시엔 3개월로 늘어나 4회 적발됐을 때 결국 폐쇄명령을 받도록 했다.
미접종자들 역시 불편을 호소했다. 본인의 건강 상태 및 부작용,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접종을 고민하는 국민이 있는데, 이런 이해 없이 백신패스 도입을 강행해 이들에게는 고스란히 ‘미접종자’라는 차별 딱지가 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눈치가 보이는 것은 완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완치자의 경우 격리해제확인서가 백신 접종 증명서와 같은 효력을 갖지만, 잘 모르는 이들도 많고 매번 자신의 확진 사실을 밝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집 밖을 나서는 일 자체를 꺼리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표했다. 때문에 정부의 섣부른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은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고심을 거듭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겠지만, 그 결과가 일부의 막대한 희생을 담보로 해야 한다면 적절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11월 위드 코로나 기간 방역 체계 붕괴는 오미크론 등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 고령층 중심의 돌파감염 증가, 병상 부족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이 같은 변수 극복이 안된 상태에서 접종률 집착은 그야말로 허상에 가깝다.
물론 정부의 다급함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 재정과 인력을 갈아넣으며 겨우 얻어낸 일상이 다시 위험에 처했으니 당연하다. 아쉬운 것은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정부 입만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이제는 예측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과거 거리두기를 계속 연장할 때처럼 일방적으로 백신패스 도입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과 이해를 통해 사회적 불안감을 낮추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래도 안 맞고 버틸 테냐’는 식으로 찍어누르다 오히려 불신만 가중시킬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