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난달 "1만명 확진 대비…돌아갈 수 없다" 강조
코로나 확산세 靑 당혹…정부는 거리두기 강화 조정
"섣부른 일상회복" 비판 쇄도…국정동력 타격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의 '방역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일 0시 기준 연일 7000명대를 기록했고, 위중증 환자는 역대 최다인 989명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45일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후퇴'하면서, "1만명 확진자가 나올 것을 대비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국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4인까지로 축소하고, 식당·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을 밤 9시까지로 하는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18일부터 특별방역기간 종료일인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적용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방역강화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섣부른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 사태를 악화했다는 지적도 많다. 청와대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공식 발표한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방역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이유로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온 만큼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는 5000명 또는 1만명 정도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를 했다"면서 "확진자 수 증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할 때 미리 예상했던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방역 당국의 방역 조치 강화 의견에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문 대통령의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은 '코로나 대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방역 심판론'이 커지면서 지지율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지지율 하락은 곧 임기 말 국정동력 약화와 연결된다. 부동산 등 주요 정책과 '종전선언'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 대선 후보의 본격적인 차별화도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연일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는 방역 협조에 대한 당부나 호소 등 내용을 담은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늘어나자 "방역의 벽을 다시 높일 수밖에 없는 정부의 불가피한 조치에 대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한 방송에서 "처음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갈 때 엄중한 상황이 오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그때 상황을 반영해서 기민하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방역 비판에 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이 실장은 여당에서 나오는 '선(先)지원 후(後)정산' 방안에 대해 "신속지급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특별히 없다"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대처가 빨리 이뤄져야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