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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캐릭터탐구㉒]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이병헌 VS 조우진


입력 2021.12.20 11:39 수정 2021.12.20 11:4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킹메이커’ 이 실장, ‘남산의 부장들’ 김규평과 전혀 다른 색깔의 김재규

김재규를 연기한 두 배우, 이병헌과 조우진(왼쪽부터) ⓒ

지난해 1월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 배급 ㈜쇼박스)을 보면서 배우들의 호연에 소름이 돋았다. 총격전보다 긴박한 내면의 전쟁을 치르는 캐릭터들을 보며, 그 밀고 당김과 대결을 실감 나게 펼치는 배우들을 보며 짜릿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쇼박스 제공

특히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중앙정보부장의 자리에 있던, 고 김재규에 해당하는 김규평 역의 이병헌을 보며 ‘인생 최고의 연기’라는 생각에 연말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타겠구나 전망했다. 겨우 1월, 향후 개봉할 어떤 영화에서 어떤 배우가 또 어떤 멋진 연기를 보일지 본 바 없으면서 그렇게 내다봤다. 남산을 향하다 다시 청와대로 차를 돌리는 ‘U턴’ 대목의 긴장감 넘치는 눈빛을 통해 김규평 내면의 파도가 고스란히 전해오고 함께 주먹을 꼭 쥐며 ‘남우주연상은 그의 것’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도 아닌,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달아놓고 듣는 배우 이병헌이 자신의 최고 연기를 해냈기에 더 이상의 ‘김재규 연기’는 있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우 조우진이 해냈다. 이병헌의 김재규와는 완전히 다른 ‘색깔’로, 그동안 세상에 나온 많은 김재규 캐릭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결’로 맛있게 또 차지게 연기했다. 오는 1월 개봉할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제작 씨앗필름,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에서 조우진은 ‘이 실장’ 역을 통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리듬감 있게 살려냈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이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사실 묻힐 수도 있는 캐릭터였다. 영화는 ‘킹이 될 자’ 김운범(설경구 분), ‘킹을 만드는 자’ 서창대(이선균 분)가 두 축이다. 그런데 배우 조우진은 적진의 서창대라는 칼을 들어 적을 무찌르는 인물인 이 실장을 보는 이의 뇌리에 또렷하게 남긴다. 뱀 같은 서늘함과 휘감아 드는 용의주도함을 풍기는 모사꾼을 독특한 말투와 몸짓으로 빚어 ‘조용해서 더 무서운 장악력’을 영화에 드리운다. 압도적이다. 덕분에 작품도 더욱 풍성히 살리고, 조우진 자신도 빛냈다.


배우 조우진이 연기 잘하는 거야 정평이 나 있지만, 맡는 캐릭터마다 운율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지금 이 순간 어딘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걸 알고 있지만,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자 선배 배우들이 표현했던 캐릭터를 또 이렇게 새롭게 해석해 우리 눈앞에 데려올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조우진의 입체적 연기 덕에 서창대와 함께 ‘또 다른 킹 메이커’인 이 실장이 묻히지 않고 돋보인다. 결코 수면 위의 김운범과 서창대의 교우와 대립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물밑에서 영화를 누비고 작품을 받친다.


현명한 배우 조우진은 선을 지킨다. 세 번째 주연의 역할을 정확히 안다. 그렇다고 묵묵히 작품만을 받치기만 하지도 않는다. 관객의 눈을 자신에게 붙들어 놓을 줄도 알고 어느 순간엔 원톱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 ‘킹메이커’에서도, 지난 11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해피니스’(한태석 중령 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 역할로 시작해 첫 번째 주연의 위용을 보여주는 변화와 성장을 한 작품 안에서 물 흐르듯 해내는 배우는 흔하지 않다. 내내 세 번째만 하거나 처음부터 자꾸 1번으로 튀어 오른다. 작품에도 배우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 묵직한 엔딩을 맡길 수도 없다.


시나리오 리딩 현장, 언제나 진심인 배우 조우진 ⓒ

물론 우리는 배우 조우진이 원톱 주연도 제대로 해내는 배우라는 걸 안다. 영화 ‘발신제한’을 통해 관객은 은행센터장 이성규의 가쁜 숨을 함께 느끼며 부산을 질주했다. 카메오든 조연이든 특별출연이든 가리지 않고 의리를 지키는 조우진 덕에, 출연 분량에 상관없이 그때마다 입에 착착 붙는 맛있는 연기를 하는 조우진 덕에 작품도 살고 관객도 웃는 경험을 자주 한다.


한 번 주연 하면 조연도 마다하는 배우들이 있는 세상에서, 출연 분량에는 많고 적음이 있어도 배역에는 크기가 없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어 보이는 조우진은 보배다. 어떤 역을 해도 관객이 자신을 알아보게 할 수 있는 재능, 관객에 대한 믿음 속에 엔드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성품이 있어 가능한 풍경이다.


개봉 시기를 무색하게 하는 OTT(Over The Top, 인터넷TV)에서 조우진의 드라마 ‘해피니스’를 보고, 이병헌 표 김재규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보고, 두 배우가 함께 나온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다 보면 조우진이 탄생시킨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영화 ‘킹메이커’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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