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지원, 친시장 감독 의지 '확고'
시장가격 '존중' 의지…가격경쟁력↑
"규제 약화 기조에 자유로운 경쟁 기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친(親)시장적 감독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징벌적 감독 방식인 사후적 감독보다 리스크를 예방하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해 금융사 지원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의미이다.
특히 정 원장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융상품의 '가격'을 존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당국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정 금감원장은 온라인으로 개최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친(親)시장적 행보로 인한 감독 기능 약화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금융사 리스크를 예방하는 사전적 지도와 책임소지를 규명해야 할 사후적 감독을 균형 있게 조화시켜야 감독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친시장적 행보를 고수해왔다. 취임 당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면서 임직원에게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됐다. 정 원장은 "사후적 기능과 사전 지도만으로도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두 가지를 모두 강화해 감독과 시장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감독당국의 친시장적 행보와 지원에 대한 약속만으로 공정한 시장 경쟁이 가능한 토양이 갖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감독방향 아래에서 불가능했던 가격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정 원장이 간담회에서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정한 상품 경쟁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원장은 이날 "시장에서 형성한 금리는 기본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 가격인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서도 보험료율을 시장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장은 "보험업법에 보험요율은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돼있는데, 합리성은 감독당국과 정책당국이 시장상황 봐가며 보험회사와 금융당국이 협의해 조율돼야 할 사안"이라며 "요율도 가격이어서 시장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손해보험업계는 내년 실손보험료를 최소 20%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이 131%로 집계된 만큼 20%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있어야 손해를 면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보험업계는 지난해에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2세대 실손보험료를 20% 내외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지만, 당국은은 이를 묵살하고 평균 10~12%만 인상했다.
아울러 정 원장은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제한을 걸었던 금융사 배당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약속했다. 그는 "배당가능 이익 중에서 어느 수준으로 배당할 것인지는 대해선 개별 금융사가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규제 산업인 금융회사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가격을 설정할 때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라며 "최근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과도한 제재가 금융사의 목을 졸랐던 상황도 다수 있었던 만큼 시장친화적 감독방침은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바탕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