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金, 그립 강하게 잡아달라"
전면적 조직 체계 재구성은 없을 듯
金 "비효율은 사실…효율 높일 것"
위원장 직속 '총괄상황본부' 적극 활용할 전망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각종 악재로 난맥상에 빠진 선대위를 개선할 중책을 맡게 됐다. 김 위원장은 전면적인 인사·조직 교체보다는 '효율성 극대화'에 방점을 두고 선대위를 쇄신해 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김종인 위원장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을 가지고 "(전면적인) 개편보다는 선대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김종인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그립을 좀 더 강하게 잡고 하겠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좀 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조수진 공보단장의 선대위 내 직책 사퇴로 선대위의 개편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이를 진두지휘할 인사가 김종인 위원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책을 맡게 된 김 위원장은 그간 선대위에서 일어났던 지속적인 잡음들이 '공룡 선대위', '매머드급 선대위'라 불렸던 비대한 조직에서 비롯된 비효율에서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전면적인 개편이라는 것을 할 수 없지만 선대위를 '거대한 선대위'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움직일 때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끌고 가는 것이지 별다른 큰 변동을 취할 수는 없다. 주어진 선대위의 여건 하에서 효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구체적 안을 가지고 선대위를 끌고 갈 것"이라 설명했다.
일각에서 조직 체계의 해체·재구성 작업을 통해 선대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우선 체계는 그대로 둔 채 부서 간 유기적 소통과 명령 체계 개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선대위 구성 타이밍이 한참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실무진 선에서도 터져나오는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몸집 줄이기보다는 현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능률을 낼 수 있는 조직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이 "앞으로 보시면 알 것"이라며 말을 삼갔지만, 당 안팎에서는 그가 향후 선대위 내 총괄선대위원장 직속기구로 설치돼 있는 총괄상황본부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괄상황본부는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과 윤 후보의 면담에 배석했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총괄상황본부가 각 기구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받아 유기적 연계가 잘 안 되는 곳을 다시 연계하게끔 할 것이다. 총괄상황본부의 기능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 말했다.
또 "일정이나 메시지 부분은 계속 현재 팀에서 맡겠지만 일정은 일정대로 제대로 된 의미와 감흥을 줄 수 있는 식으로 구도를 짜이게 만들고,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임팩트 있게 하기 위한 작업을 총괄상황본부에서 부가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 같은 선대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이준석 대표 측도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선 선대위에 들어와 있는 많은 분들을 갑자기 그만하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종인 위원장식의 해법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총괄상황본부의 선대위 조직 장악력을 강화해 본인의 그립감을 강화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선대위가 재정비돼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김종인 위원장이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선이 불과 두달 반 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지지부진할 경우 선거 국면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원래 큰 선거를 앞두고 꾸려진 선대위라는 것이 조직의 틀을 갖출만 하면 선거가 끝난다고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지금 현 상황은 기본적인 기대치에도 상당히 못 미쳐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단기간에 눈에 띄는 개선을 통해 틀을 잡아나가지 않으면 '정권교체의 발목을 잡은 선대위'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