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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비난 면하려 차기정부에 전기료 인상 떠넘긴 文정부


입력 2021.12.23 07:02 수정 2021.12.22 19:3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한전이 떠안은 손실분 국민에 전가될 적자폭탄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

한국수력원자력노조와 두산중공업 노조, 한국전력기술 노조 등이 지난해 4월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와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해결, 에너지정책 공론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려고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비는 치솟는데 요금을 동결하며 발생한 손실분을 한국전력이 떠안으면서 언제든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는 적자 폭탄이 됐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 결정을 내리고 연료비 조정단가가 현재와 같은 0원으로 유지된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한전은 조정단가를 현재 ㎾h당 0원에서 3원으로 올리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최근 급격히 오르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한전의 제안을 거절했다. 정부는 "코로나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가격이 오르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한전의 경영 상황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한전은 올 들어 영업손실(연결기준) 1조1298억원을 냈다. 연료비 증가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전 영업손실 규모는 발전자회사 포함 연결기준 3조849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조863억원 흑자를 냈던 한전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만큼 인위적인 요금 동결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다. 이번에 조정된 연료비가 적용되는 기간 사이 대선(2022년 3월 9일)이 예정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와 미래세대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공공요금 통제로 물가를 잡겠다는 개발연대식 정부개입을 그만둘 때"라며 "정부는 요금 인상을 통제하며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고 생색을 내지만 나중에는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가 이같이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을 끌어올렸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함이라는 게 에너지업계의 중론이다. 원전 비중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지속됐음에도 정부는 줄곧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탈원전과 전기료 상승 관계를 부정해왔다.


그러나 한전의 실적을 보면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간 관계는 무관하지 않다. 한전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전력판매량 증가로 매출액은 1조1794억원 상승했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격하게 뛰며 영업비용이 5조4618억원 늘어났다. 그 결과 3분기 93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기간은 원전 발전량이 전년 동월보다 총 3.2TWh 줄어들 때였다. 반면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LNG는 자회사발전량이 10.4TWh, 민간구입량이 12TWh 각각 증가하며 총 발전량이 20TWh나 늘어났다. 결국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가파르게 증가한 이유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기요금의 인위적 요금 동결로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내년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전기요금이 정책 목표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는데 정부의 반복적인 개입으로 인해 제도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취지도 퇴색됐다"고 꼬집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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