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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이어 김문기까지 '죽음의 행렬'…'자살당했다' 말 나오는 이유는


입력 2021.12.23 05:19 수정 2021.12.22 23:4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전문가 "'자살당했다', 대장동 몸통 있다 생각하니 나오는 표현…주변 인물들만 탈탈 털어"

"윗선 보호하며 모든 덤터기 씌우니 억울했던 것…여야, 대선 고려없이 신속히 특검 합의해야"

"누군가의 죽음으로 결코 의혹 덮어서는 안 돼…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 큰 명예"

"'나는 버림받았다' 좌절감이 극단선택, 목숨 내놓으면서까지 항변…검찰, 정의 살아있음 보여줄 때"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로 경찰이 감식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뉴시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사업 실무를 맡았던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김 처장까지 사망하면서 일각에서는 '자살당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라도 윗선 수사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처장은 21일 저녁 8시 30분쯤 성남도시공사 1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처장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고 소재 파악을 하던 중 공사 1층 사무실에서 숨져 있는 김 처장을 발견했다. 김 처장은 실무자가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7시간 뒤 이 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이 극단선택을 한 상황은 이번이 2번째다.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0일 오전 7시 40분쯤 자택 인근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개발사업본부장 역시 김 처장의 상급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업협약서 수정 등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받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장동 사태 핵심 인물의 잇따른 죽음을 놓고 '자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사에 대한 불신이 '자살당했다'는 의혹을 야기하고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장동 개발의 진짜 설계자는 놔두고 주변 인물들만 탈탈 터는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이들을 극단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살당했다'는 표현은 어쩔 수 없이 극단선택을 했다고 보는 건데,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숨겨진 세력이 있고, 몸통이 있다고 보니까 나오는 말"이라며 "수사 선상에 올라온 주요 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안 되고,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니 극단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이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특검밖에 없는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둘 다 특검을 하자고 하면서도 범위와 대상 등을 놓고 속도가 안 나고 있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 크다"며 "여야가 대선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지 말고 오롯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하루 빨리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극단선택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유한기 전 본부장과 김 처장은 윗선에서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하는 실무 책임자에 불과한데, 윗선은 보호하면서 모든 덤터기를 덮어씌우려 하다 보니 굉장히 억울했을 것"이라면서 "검찰의 수사기법이 몸통을 잡기 위해 작은 죄로 달달 볶는 방식이라서 결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황 평론가는 이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 선택을 하면서 대통령의 가족들이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 등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봉인됐는데 이는 잘못된 관행의 출발점"이라며 "죽음으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자체가 잘못된 관행이고, 옳지 않다. 결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의혹을 덮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공과가 있는데 합리적으로 수사하지 못한 데 대한 분노와 '나는 버림받았다'는 좌절감으로 극단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결백을 계속 주장했는데, 이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항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장수가 죽으면 공과를 묻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극단선택을 하면 본인의 명예를 지키고 의혹이 사라진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 큰 명예이고, 정부나 검찰에서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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