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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충당금 '안전 불감증'…금융위기 대비 '반토막'


입력 2021.12.24 06:00 수정 2021.12.23 11: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조원 붕괴 임박…1년 새 2000억↓

코로나 장기화 리스크 누적 '긴장감'

4대 은행 충당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아 둔 충당금이 최근 1년 동안에만 2000억원 넘게 쪼그라들면서 5조원대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치기 직전인 10여년 전과 비교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대출 부실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 당시에도 뒤늦게 충당금을 쌓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은행권이 아픈 기억을 잊고 또 다시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이 적립해 둔 충당금 잔액은 총 5조7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2253억원 감소했다.


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비용이나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쌓아둔 돈을 일컫는 표현이다. 은행 등 금융사의 경우 주로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충당금이 1조112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1조1797억원으로, 신한은행도 1조3438억원으로 각각 11.5%와 5.5%씩 충당금이 줄었다. 국민은행의 충당금만 1조4352억원으로 2.9% 늘었다.


4대 은행의 이 같은 충당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몰아닥치기 전보다 4조원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오히려 10년도 더 된 과거 은행권의 부실 대응 여력이 지금보다 나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닿기 전인 2008년 1분기 말 기준으로 당시 국민·신한·우리은행과 현재 하나은행의 전신인 옛 하나·외환은행이 쌓고 있던 충당금은 8조7343억원으로 올해 3분기 말보다 3조6627억원이나 많았다.


그렇다고 이 같은 충당금 급감이 납득될 만큼 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게 축소됐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를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은 4조8313억원에서 3조1464억원으로 1조7349억원 정도 줄었다. 이 기간 충당금 감소폭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여년 전 아픔 잊었나


은행권은 최근 고정이하여신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충당금도 함께 줄여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할 때 겉으로 드러난 부실채권만을 잣대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은행 여신을 둘러싼 위험이 축소된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억눌려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은행권은 지금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고 있었지만 결국 수 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금융위기가 국내에도 본격 상륙한 2009년 상반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충당금은 13조원까지 불었다. 불과 1년여 만에 4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새로 적립해야 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이후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대출 부실이 급격하게 커질 공산이 큰 만큼, 지금은 정상 상황에서의 기계적 리스크 관리 대신 보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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