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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2-금융②] 금융시장 옥죄는 규제…개혁만이 살길이다


입력 2022.01.02 07:00 수정 2021.12.31 10:2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가계부채 총량 규제 역풍

대출 원칙 무너지는 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국내 가계신용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차기 정부에서는 금융시장을 옥죄는 규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 규제의 가장 큰 화두인 가계부채를 지금처럼 총량 관리 방식으로 계속 관리하면 부작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사들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연착륙을 꾀해야 하는 다음 정부에서 만큼은 시장을 이기려는 규제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도 은행권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4~5%대로 묶는 총량 관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묶겠다는 가계부채 관리 방침을 시행해 왔다.


문제는 이처럼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은행을 향한 총량 규제를 지속하면서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5조9000억원 늘며 전월(6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같은 기간 2금융권에서는 1조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금융권별 가계대출 증가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따른 역효과는 지난해 내내 시장 곳곳에서 관측됐다. 고신용자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권과 대부업체를 노크하는 등 대출 원칙 자체에 균열도 발생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고 담보도 확실한데 이전보다 비싼 이자의 대출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상환 여력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기현상마저 빚어졌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방침을 지키기 위해 지점별로 월별 대출 한도를 정하면서다. 이 때문에 높은 신용도를 가진 차주보다 먼저 은행을 찾은 사람의 대출 가능성이 커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여당의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말이 금융권에서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지난달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가난하면 돈을 안 빌려주고, 빌려줘도 조금밖에 안 빌려주고, 이자를 엄청나게 높게 내야 한다"며 금융권이 정의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반론이 이어진다.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더 분배해야 한다는 건 복지의 영역이지 금융의 논리가 아니란 이유다. 저신용 차주의 금리가 높은 건 가난해서가 아니라, 원금을 못 갚을 확률을 기반으로 산출한 일종의 사용료란 반박이다.


◆전문가 "상환 여력·금융기관 리스크로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가계부채 관리를 총량 규제 방식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차기 정부에서는 차주 개인별 상환 여력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점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량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민간의 소득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지렛대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총량 규제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지만 지금까지도 실효성이 크게 없는 만큼, 앞으로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민간 은행과 여신 기관에서 대출 심사를 담당하게 하는 선진국형 모델로 빨리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질 공산이 큰 만큼, 실제 수요가 있고 소득과 신용도를 갖춘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대출을 받게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폐기하고, 그 대신 개인별 대출 규모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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