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오프라인 행사 재개...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 기대·우려 교차
전반적 관객 감소에도 삼성·LG·SK·현대차에 인파 몰리며 K-파워 입증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개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행사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아쉬움을 떨쳐 내기 위해 올해 행사는 2년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해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리게 됐다.
전반적인 관람객 감소 속에서도 삼성·LG·SK·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반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코로나19 이전부터 참여도가 줄었던 중국 업체들의 전시 부스에는 발길이 뜸한 모습을 보였다.
5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10시 CES 2022 메인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메인 출입구 앞에는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 및 미디어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모여 있었다. 문이 열리자 이들은 일제히 출입구를 통해 전시관에 입장했다.
어느 정도 인파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전반적인 관람객 수가 줄며 2년전 행사때와 같은 대기줄 형성 등 붐비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행사 첫 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는 점에서 줄어든 기업 수만큼 관람객 규모도 예년보다 감소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올해 CES 2022 개막을 앞두고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 관계자 및 미디어 기자, 참관객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호텔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거리에 인파가 생길 정도로 활기를 띠면서 높아진 기대감에는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CES 터줏대감 기업들이 모여 있는 메인홀로 매년 가장 많은 인파로 붐비는 센트럴홀도 전반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 기간이 하루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올해 CES 2022 총 관람객 수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으로 2년만에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면서 각국의 미디어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우려가 행사장의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듯한 모습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비키 저스티스(49)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으로 CES를 많이 찾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CES 행사 관람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데 직전 CES 2020 행사때보다 전반적으로 한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관람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높은 분위기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두산, 한국엔컴퍼니 등 주요 기업들이 현장에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는 400여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시부스에 QLED TV와 라이프스타일 가전, 갤럭시 S21 팬에디션(FE) 등의 신제품을 공개하고 나만의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The Freestyle)’과 같은 신개념 제품들도 선보인다.
LG전자는 라스베이거스 현장에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 부스를 꾸렸고 개막 하루 앞서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온라인 행사 'LG 월드 프리미어'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 현대차는 전시부스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로보틱스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이동의 역할과 미래 변화상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CES에 참가해 그룹이 추진 중인 로보틱스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했다.
SK그룹은 지난 2019년과 2020년과 마찬가지로 그룹 차원의 합동 전시부스를 구성했다.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E&S·SK하이닉스·SK에코플랜트 등 6개사가 '넷제로(Net-Zero) 이행을 향한 여정과 동행'을 주제로 합동 전시관을 꾸렸다. 스토리텔링(이야기 전개) 방식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반도체에서의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공개했다.
올해 CES 행사에 첫 참가하는 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기술을 중심으로 한 해양모빌리티 분야 미래 기술을 소개했다. 총수인 정기선 사장을 비롯해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현장을 찾았다.
두산도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두산퓨얼셀·두산산업차량·두산로보틱스·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 계열사들이 참가해 연료전지, 수소터빈, 협동로봇, 드론 등 다양한 기술 솔루션들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과 공동으로 전시관을 마련해 산·학·연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신성장 사업을 발굴 및 투자하는 ‘포스코형 벤처플랫폼’을 소개했다.
개막 첫날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SK 등 전시부스에는 관람객들이 몰리며 국내 기업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은 에릭 존스(37) 씨는 “삼성전자 부스에는 볼거리가 많다”며 “TV에 관심이 많은데 QLED와 같은 다양한 제품이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 전시부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동시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는 등 몰려드는 인파 속에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 부스 앞 무인 예약 무인단말기(키오스크)에는 긴 줄이 형성되며 장관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명품관이나 유명 식당에서 사용하는 예약 대기 시스템을 도입해 부스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이 사전 예약 번호를 받고 순서가 통보되면 해당 시간에 부스에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SK도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을 두면서 일반 관람객들은 SK부스 앞에 대기줄을 형성했고 안내 데스크를 통해 입장 안내를 받은 후 입장했다.
반면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참여도가 떨어진 중국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미국 시장 개척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하이센스와 TCL 등 일부 가전 기업들이 현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관람객을 맞았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눈에 띄는 신제품 전시가 없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