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불리한 대여기간‧담보비율 보완책 시급
개인투자자 단체 '공매도 투쟁운동' 벌일 채비
올해 증권가를 뜨겁게 달굴 이슈는 '공매도 재개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관리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은데다 자칫 '코스피 3000시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한데 이어 올해에는 전면재개를 단행할 예정이다. 공매도 전면재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공매도 전면재개 시기가 정해질 경우, 주가 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종목별 주가 변동은 불가피하지만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개인과 달리 상환기한도 없고, 담보비율도 낮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환기관‧담보비율 개인과 동일해야"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개인에게도 공매도 접근 기회를 확대해 불공평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높은 문턱이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의 원흉'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비중을 보면 외국인이 74.7% 기관이 23.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라고 꼬집는 배경이다.
시장에선 차입기간, 담보율, 차입수수료율의 차이에다 정보력까지 앞선 외국인·기관투자자가 개인투자자에 비해 공매도를 통한 수익 창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매도 증거금 비율도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부분이다. 현재 외국인·기관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05%이지만 개인투자자에 적용되는 담보비율은 140%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관련 불만의 목청을 높이는 대주기간 설정 문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세력은 보유한 현물을 매도해 주가를 내린 뒤 공매도를 쏟아 붓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현행제도에선 백전백승"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상환기간 및 담보비율을 개인과 동일하게 하고 증거금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재개 후 '개미 투쟁' 고조 우려
무엇보다 올해 공매도 전면재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거센 반발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미 지난해 5월 공매도 재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하라'는 청원이 나흘만에 6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등 '개미들의 투쟁'이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투연은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운행하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공매도 전면재개 이후 더 적극적인 반(反)공매도 운동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데에는 그간 주식시장을 호령해온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을 향한 '네들도 당해봐라'라는 보상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상환기한 제한 등이 '보호장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자칫 정보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이 공매도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어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확대에 대해 "프로무대에 아마추어 선수(개인)를 올리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형평성 차이를 개선해주는 데 제도적인 보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올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