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승 현대모비스 R&D(연구개발) 부문장 상무 인터뷰
"R&D 부문 우선순위는 SW…생태계 조성 집중"
CES서 소개된 엠비전 팝·2GO…"5년 뒤 실제 차량 목표"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만2000대를 돌파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제네시스 'G90'. 이 플래그십 세단이 초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우아한 외관 뿐 아니라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중심엔 '플랫폼 선도 기업'을 선언한 현대모비스가 있다.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핵심 기술 역량 집중하면서,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미래를 선도할 차세대 기술 개발 중책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천재승 R&D(연구개발) 부문장 상무를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만났다.
천 상무는 "이번 G90의 자율주행 기술 중 현대모비스의 제어기가 들어갔다. 특히 주차쪽에 자사의 기술이 탑재됐다"고 말했다.
G90에는 제네시스 최초로 적용된 광각 카메라 기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다. 초음파 센서와 광각 카메라를 이용해 주차선을 인식하는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직각, 평행, 사선 주차 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해 편리한 주차를 돕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의 주차 시스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차 걱정을 없앤 신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심형 운전자편의시스템(ADAS)인 차세대 주차 제어시스템(MPS)이다.
차세대 주차 제어시스템은 좁은 골목, 지하 주차장의 회전식 통로,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해야 할 상황 등에서 버튼만 누르면 자율주행으로 통과하는 기술이다. 협로 주행과 후방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도심형 자율주행 시스템에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로직과 양산 중인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레이더나 라이다 센서가 고속주행이나 먼 거리에 위치한 사물을 인식하는데 유용하지만, 좁은 골목이나 지하주차장에서는 오히려 초음파 센서가 적합한데서 착안했다.
천 상무는 "현대모비스는 주차 기술에 강점이 있고, 주행에 요구되는 부분도 계속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차와의 자율주행 협업은 계속 계획돼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것들도 지속해서 파악해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율주행 선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인력 양성과 함께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야한다.
천 상무는 "자동차 산업 전체에서 기존 제조 기반이 전자화되고, 소프트웨어가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현대모비스는 기존 매케니컬 강점을 가지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을 함께 통합시켜 서비스가 더욱 잘 제공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SW에 있어 도메인별로 깔끔하게 개발하고,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까지 연결하는 부분까지 폭넓게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플랫폼에 집중하는 부분이 있고, 제품별로 애플리케이션을 하는 조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W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기 위해 SW 인력 충원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른 업체와도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CES 2022에서 선보였던 미래 모빌리티 컨셉트카 M.Vision POP(엠비전 팝)과 M.Vision 2GO(엠비전 2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차량에는 평행주차와 크랩주행이 가능한 ‘e-코너 모듈’, 보행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램프’ 등 현대모비스의 미래 핵심 기술이 집약돼 있다.
천 상무는 "엠비전 팝에 달려있는 e-코너 모듈은 콘셉트로 작동 위주 이고, 설계 기반은 차량 등 목적기반모빌리티(PBV)용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제동·조향장치 기술들을 자체 개발해왔는 데, 이 부품들을 통합한 것이 e-코너 모듈이 됐다"고 설명했다.
e-코너 모듈은 차량의 제동, 조향, 현가, 구동 시스템을 바퀴 하나에 접목시킨 혁신 기술로,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바퀴가 최대 90도까지 회전해 차량이 좌우로 움직이거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도심의 좁고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차량 운행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수 있다.
천 상무는 "스케이트 보드 모듈에 무엇을 붙이느냐에 따라 차량의 정의를 할 수 있다"면서 "스케이트 보드 모듈은 아래에 세팅돼있다. 여기서 팝은 2인용 모빌리티에 초점을, 2고는 딜리버리(배송)용 트렁크나 물류쪽에 콘셉트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천 상무는 "우리가 타깃(목표)으로 하는 것은 PBV의 저속 도심 주행"이라며 "이에 맞는 e-코너 모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5년 뒤 실제 차량의 형태로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핵심 기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술 전문사들과의 협업도 확대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라이다 1위 업체인 벨로다인 투자를 통한 레벨3 라이다 시스템 양산 협업이다.
또한 러시아 IT기업 얀덱스와의 기술 및 사업 제휴를 통해 레벨4 자율주행 로봇택시를 개발하고 있으며, 사업 모델 구체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천 상무는 "벨로다인은 상용화까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계속 필요로 하는 센서의 방향성 검토는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ES에서 봤겠지만, 라이다 회사들이 큰 규모로 부스를 운영했다. 예전에는 라이다의 가격, 원거리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부분이 많이 발전하는 것 같아 상용화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