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광주·전남 방문…첫 일정 5·18 국립민주묘지
5·18민주화운동 해 태어난 1980년생 청년 4명과 참배
李 경고에 "다양·포용·민주성 보장해야 국민 신뢰"
야권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7일부터 2박 3일 간의 △광주 △목포 △여수·순천 일정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데 이어,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공약 밑그림' 작업에 들어가면서 비명계(비이재명계) 주자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7일 오전 일찍 도착한 광주 5·18 국립민주묘지에는 폭설과 함께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누적 적설량 11.4㎝의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혹독한 여건 속에서 현장에 도착한 김 전 총리는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해에 태어난 1980년생 광주 청년 4명과 민주묘지 참배를 함께 했다. 그는 추모탑 앞에서 선 뒤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뜻을 기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헌화·분향·묵념했다.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김 전 총리는 "총구는 바깥으로 향해야 한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메시지에 "다양성·포용성과 같은 민주성이 보장될 때의 힘이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컸다"고 제언했다.
지난 3일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총구는 바깥으로 향해야 한다"며 비명계 인사들의 '이재명 일극 체제' 비판을 맞받은 것에 대해, 역풍이 될 수 있는 이면을 보완하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해석된다.
유시민 "비명계 망하는 길 간다" 비판에
대통령 계엄·일극체제 현 정국 꼬집어
'극단의 정치' 치달았다 답 놓고 떠나
한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특정 성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비명계 주자들을 향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윤리적·논리적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특수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내란 세력의 준동을 철저히, 끝까지 제압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총선보다 정치적 대립이 더욱 극명해진 상황에서, '이재명 네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진 거야' '너 혼자 하면 잘될 것 같으냐'는 식의 접근은 패착"이라며 "이런 태도를 보이면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를 향해 "이미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에 올랐던 만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알아보고 총리로 발탁해준 것에 감사하며, 그 시기에 나라를 위해 일한 것을 기쁨으로 간직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제3지대 구축 같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책도 많이 읽고 유튜브도 보면서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총리는 광주·전남 일정을 방문하기 직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답으로 펼쳐보였다.
해당 책은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서점가 '역주행'을 했는데, 극단주의 지도자 등장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협받고, 특히 권위주의적 리더들이 민주적 제도를 어떻게 약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경고와 함께, 민주적 규범과 시민 참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책에선 민주주의의 붕괴는 종종 정치인들이 상호 존중과 협력이라는 기본적인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면서 시작된다고 설명하는데,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간주하고, 법과 제도의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극단의 정치로 치달아 탄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이재명 일극체제'를 바라보는 김 전 총리의 식견이 엿보이는 셈이다.
이밖에 이날 광주·전남 일정 첫 행보였음에도, 김 전 총리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 몇몇 상징적 장면들이 있었다. '민주의 문'을 통과해 참배하기 전, 김 전 총리는 흩날리는 눈폭풍을 '정면'으로 맞으며 방명록에 "다시 영령들 앞에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공존과 전진의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세계적인 정치 상황 속 김 전 총리에게 '분열과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보였을까. 다음 일정으로 향하던 김 전 총리는 취재진에 "유시민 작가와 나는 오래된 관계"라며 "트럼프 현상과 유럽의 극우 정당들 때문에 해당 책이 세계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함의(含意)를 전달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