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금리인상 시간표·韓 펀더멘털 둔화
1분기 고점 찍고 환율 1100원 중반대 하락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가 이어지며 1230원까지도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확대, 경제 회복 국면 속 한국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탈 등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가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은 새해 벽두부터 오름세를 지속하다 12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1180.8원에 마감한 후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전 거래일 보다 3.0원 오른 1191.8원에 문을 닫았다. 이후에도 환율은 1200원대 턱밑까지 치솟다 지난 6일 종가기준으로 1201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것은 2020년 7월 24일(1201.50원) 이후 처음이다. 7일 종가도 전날보다 0.5원 오른 1201.5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는 소폭 하락했으나 1199.1원에 장을 마감했다. 결국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움직임을 각별히 모니터링하라”고 주문하면서 이날 환율은 1.6원 내린 1197.5원에 거래를 출발했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FOMC 의사록에서 참석자들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른 시점에, 혹은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은 기존 예측 시점인 6월이 아닌 3월부터 시작되고, 최소 3번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고용지표도 호조를 기록하며 조기 긴축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시장은 올해 환율 연(年)고점을 1230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어제 장을 마감하고 홍남기 부총리의 구두 개입으로 오늘 원달러 환율이 강보합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역외 시장에서 달러 매도, 기관들은 롱플레이를 제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업체 네고 물량 등도 상단을 누르면서 환율이 1190원대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럼에도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도래, 미국 고용지표 개선세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을 1230원까지 열어두고는 있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지명 청문회,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예정돼있는데 서프라이즈 발언 등이 나온다면 환율은 1200원이라는 피겨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달러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미 연준의 긴축 이슈가 가장 큰 원인이고, 국내 수출 성장세가 지난해 5월 고점을 찍고 둔화되는 상황이 작용했다”며 “1분기 중으로 1230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1200원을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한 이후에는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내 경기 회복세 또한 수출은 둔화되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을 받으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강세 압려도 달러 약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환율은 1분기 중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3월 FOMC에서 미 연준의 긴축정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코로나 확산세와 물가 리스크가 진전된다면 원화도 강세로 방향을 틀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환율 하단은 1130원까지도 보고 있다. 물론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하면 환율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단기간에 도래하기는 어렵겠으나 유럽 내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된다면 유로화가 강세로 달러 약세 하락을 견인할 것”이라며 “달러 약세 범위는 1160을 지지선으로 1100원 중반대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