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급등에 금리 인상 가속
IMF “신흥국 자본 유출” 경고
환율 상승 등 국내 물가 ‘비상’
미국 소비자물가가 연신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고환율 상황이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획재정부 등 당국의 물가 관리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7.0% 올랐다. 이는 1982년 6월 이후 4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부터 3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르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들이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10일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금융 시장들을 뒤흔들고 전 세계의 재정 상황을 뒤흔들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수요와 무역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에서 광범위한 임금 인상이 나타나고 지속적인 공급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 예상보다 빨리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도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환율 움직임을 각별히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홍 부총리는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16개 설 성수품 수급 및 가격 안정에 대해 일일 동향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적기에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성수품 외에 유가 등 원자재, 가공식품 및 외식가격 등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물가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가 미국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그리고 이에 따른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이유는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받을 직·간접 타격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테이퍼링을 본격화하면 신흥국은 수입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의 테이퍼링이 신흥국 경제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테이퍼링을 실시하자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은 경제 충격으로 국가의 수입액은 급감했다. 해당 국가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도 피해를 봤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은 수출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으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 특히 가뜩이나 공공요금 인상 등 악재가 쌓이고 있는 2분기 물가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특히 수입 물가 사정을 상당히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고 국민 실질소득이 사실상 감소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는 올해부터 부처별로 소관 품목의 물가를 직접 책임지는 ‘물가부처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물가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14일 예정했던 4개 정책회의(혁신성장전략점검·정책회의·한국판뉴딜점검·물가관계차관회의)도 취소하고 물가관계차관회의만 단독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그만큼 물가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물가 대응 강도를 높이기로 한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부총리 지시대로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환율 변동 등을 계속 주시하면서 상황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