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불허로 현대重그룹-대우조선 M&A 무산
대우조선 "우려와 달리 유동성 큰 문제 없어"
뛰어난 LNG선 건조 기술·조선 시황 회복…재매각 긍정적 시각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의 불허로 사실상 무산되며 대우조선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만큼 새 주인 찾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지만, 대우조선이 뛰어난 선박 건조기술을 보유한 데다 조선 시황이 회복되고 있어 재매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14일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에 따르면 전날 EU 공정위원회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불허한다는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로써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의 결합은 전면 백지화됐다.
당초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의 M&A를 통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합병 불발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이를 두고 대우조선이 재매각까지 버틸 체력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수주·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수금보증(RG) 등 기존 금융 지원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해뒀다. RG는 조선사 파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금융사가 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기로 약정하는 보증을 말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산은 등 채권단이 2조9000억원 규모의 한도 대출 만기를 2023년 봄까지 연장해놨다”며 “올해 유동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추후 필요성이 생겨도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을 다시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민간주인 찾기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대주주다.
대우조선 재매각에서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곳은 과거 대우조선 인수 입찰에 참여했던 포스코와 한화, 인수 후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큰 효성그룹, SM그룹 등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대우조선이 선박 건조기술이 뛰어나고, 글로벌 조선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LNG선 건조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본 LNG운반선 이외에도 쇄빙기술이 탑재된 ‘쇄빙 LNG선’, LNG선에 자체 기화장치를 탑재해 해상에 정박한 상태에서 곧바로 LNG를 공급할 수 있는 ‘LNG-RV’등을 세계 최초 수주·인도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향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로 LNG선 발주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중장기적 미래는 밝다.
동종업체와의 M&A가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대우조선의 이 같은 경쟁력은 재매각 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새 주인 찾기가 빠르면 올 하반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등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불발 직후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