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통해 은퇴 발표 뒤 개인 SNS 통해 팬들과 작별 인사
유희관(36)이 은퇴를 알리며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유희관은 18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두산 베어스 지명을 받고 시작한 프로 생활의 마지막을 알렸다.
중앙대 출신 유희관은 2009년 두산에 입단해 두산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시속 130km대의 느린 직구와 제구가 동반된 더 느린 싱커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유희관은 “느린 공 투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며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좌완 투수다.
지난 2015년에는 18승을 찍었지만 느린 공 탓에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은 유희관은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두산 좌완으로는 최초로 100승(101승)을 돌파했고, 팀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4승7패 평균자책점 7.71의 성적표를 받고 가을야구에도 초대받지 못한 유희관은 명예회복 대신 은퇴를 선택했다.
빠르게 은퇴를 결심하고 발표한 유희관도 두산 베어스 팬들과의 헤어짐은 쉽지 않았다. 구단을 통해 은퇴 소감 등을 전달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진솔하고 깊게 안타까운 마음을 누르며 적었다.
유희관은 "좋아하던 야구를 시작하고 지금 유니폼을 벗는 이 순간까지도 은퇴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달려왔던 제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적었다.
이어 "(감독과 코치, 선후배들, 프런트들 등)이 모든 분들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면 제가 야구를 하는 동안 이루었던 모든 기록들을 결코 이루어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해했다. "그중에서도 함께한 우승 순간, 그때 느꼈던 감격과 행복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라고 보탰다.
이어 "최강 10번타자 팬 여러분,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과 질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시는 마운드에서 여러분의 함성을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비록 두산 팬은 아니지만 저를 응원해 주시고, 미워하셨던 야구팬 여러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진심을 담았다.
"앞으로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라는 말을 못한다는 게 슬프지만 제 마음 속에 베어스는 영원할 것"이라며 ‘두산 베어스 29번 유희관 드림’으로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