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투심 '시들'…경기변동성 취약, 한계 여전
국내외 수주실적 탄탄, 에너지·친환경 신사업 역량 강화
"안정적 포트폴리오 강점…상장 후 재평가 가능성 높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건설현장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이 같은 악재를 걷고 다음 달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공모가 산정을 위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권 내 대형건설사가 상장에 나서는 건 2001년 대우건설 재상장 이후 약 20년 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주택사업에서도 탄탄한 수주실적을 쌓고 있다.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 수주로 외형 성장세도 유지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27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같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수요예측 흥행을 이끌겠단 의지다.
다만 건설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수주산업 특성상 국내외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됐고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중대재해법 시행과 최근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 향후 건설규제 강화로 업황 자체가 악화될 수 있단 전망에서다. 실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사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25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도 상장 후 추진할 신사업 계획 과 향후 비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회사는 상장 후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분야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거란 판단에서다.
현재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 ▲자체 전력 생산사업을, 친환경 분야에서 ▲CO2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 역시 신사업 투자에 쓰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5년까지 신사업에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활용 수소 생산 플랜트에 약 5300억원, CO2 자원화 시설에 3500억원, 그 외 시설자금 및 지분 매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김창학 대표이사는 "오는 2024~2025년부터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2025년에는 신사업 매출 기여도를 전체 매출 대비 약 1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상장 후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전환과 디지털 신기술의 융합으로 지속가능성이 향상된 현대엔지니어링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번 공모 주식수는 1600만주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은 1주당 공모 희망가로 5만7900~7만5700원을 제시했다.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면 시가총액 환산 시 6조525억원 규모에 이른다. 오는 28일 공모가가 확정되면 설 명절 직후인 2월 3~4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상장은 이후 15일 예정이다.
시장에선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로 내다보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외 타 엔지니어링기업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부분은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라며 "전체 매출의 25%가량이 그룹공사 매출로 시황에 취약한 건설업종 특성을 상쇄시킬 수 있단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EPC 규모로 4200억원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수소화 사업이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고 폐기물 에너지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한 환경 플랜트 시장은 이제 개척단계여서 무리하게 가치평가에 반영할 순 없지만 상장 이후 성과를 낼수록 시장에서 재평가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