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러시아…국제유가 흔들
우리나라 원자재 중소기업 피해
2분기 물가 상승 부채질할 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자국민 철수를 권고했고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남·동·북부 12개 주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 권고)로 상향 조정했다. 만에 하나 양국의 전쟁이 현실이 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기업과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이동·확대 배치했다. 러시아는 병력 배치에 대해 정례적 훈련이자 방어 훈련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 중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 침공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양국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가장 먼저 천연가스와 국제 유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화석연료 생산국이다. 천연가스 경우 세계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석유도 초경질유 기준 세계 생산량의 13.3%를 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최근 배럴당 86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나프타는 21일 기준 t당 777.5달러로 연초 대비 4.56% 상승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오르고 있다. 이번 달 LNG 연료 단가는 t당 108만8024.12원으로, 전년동월(45만2천553.76원)보다 140.4% 급등했다.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석유와 함께 세계 곡물 가격도 연일 상승 중이다. 밀 경우 지난 25일 기준 부셀(27kg)당 8.287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에 최고가다.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밀 생산 세계 5위, 러시아는 밀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이들 두 나라는 쌀을 제외한 세계 곡물 공급량의 25% 차지하고 있다.
석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 수출입 경제는 물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공공요금 인상과 기저효과 감소 등으로 2분기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정책당국 고민이 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개인 서비스, 농·축·수산물을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세로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3.2% 뛰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원자재 공급이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도 관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러시아 은행이 달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를 수출을 막는 것과 동시에 급격한 가격 인상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결제를 막으면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무역까지 중단될 수 있다. 이 경우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도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알루미늄과 백금 생산 세계 2위, 니켈 3위, 구리 5위일 정도로 자원 부국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속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원자재 제조업계에 상당한 충격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통상 장기계약을 하므로 당장 수급난을 겪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을 제한할 수 있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