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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PD들⑥] ‘백수세끼’ 김준모 PD, 알찬 재미 위한 선택과 집중


입력 2022.01.27 11:19 수정 2022.01.27 13:0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12부작 ‘백수세끼’ 티빙·유튜브·네이버TV 등에서 공개

“짧은 호흡의 드라마지만, 관통하는 메시지 필요하다고 생각해…먼저 주제를 잡고 가려고 했다.”

“다양한 플랫폼, 이제는 섞이고 있는 시기…내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플레이리스트

김준모 PD는 최근 드라마 ‘백수세끼’를 통해 티빙 구독자들과 네이버TV, 유튜브 시청자들을 동시에 만났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이별 후에도 밥은 넘어가는 백수 재호(하석진 분)의 세 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감 나는 음식 표현,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 등 원작의 장점을 고루 담아내며 청춘들의 공감을 유발했다.


그중에서도 김 PD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메시지였다. 12부작의 회차가 길지 않은 짧은 분량의 시리즈였지만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확고하게 있어야 중심이 잡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중심을 바탕으로 에피소드와 음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바란 것이다.


“시리즈 치고는 짧은 호흡을 가지고 가는 드라마였지만, 관통하는 코어가 있어야 했다. 결국에는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몰입하기가 수월할 것 같았다. ‘틀린 답은 없다’는 것. 이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었지만, 어떤 하나의 답을 선택하는 것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주제를 잡고 가려고 했다.”


대신 메시지가 부각되지 않게, 스토리와 음식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주제가 돋보이게 되면 자칫 전개가 무거워지고, 그러면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백수세끼’만의 장점이 흐려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영상미에도 공을 들이며 ‘즐길 거리’를 선사하고자 노력했다.


“항상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주제는 살짝 감추자는 생각을 했다. 원작이 푸드 웹툰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영상화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외부적 요인으로 봤을 때는 푸드 영상이라는 색깔이 확실하게 드러났으면 했다. 중심은 가지고 가되, 화려하게 잘 만들어진 포장지로 감싸는 것이 목표였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도 하고, 그다음 이를 이야기, 주제와 매칭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20분 내외의 짧은 분량이었지만, 들인 공만큼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림으로 맛깔나게 표현된 다양한 음식들이 관전 포인트기도 했던 원작의 장점을 살리고자, 음식은 물론 이를 담는 그릇과 놓는 탁자, 나아가 앞치마나 숟가락, 젓가락이 담긴 서랍 등 식당의 문화까지도 포괄하면서 먹는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살리고자 애썼다. 이 과정에서 더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의 형식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길면 긴 대로 새로운 서사 구조를 만들 수가 있다. 정보를 더 줄 수가 있어 좋은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짧은 형식 그렇게 갈 수는 없다. 이번에는 딱 취업과 푸드에 초점을 맞췄다. 연애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드라마에 비해 비중이 적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플레이리스트

이러한 유연함은 김 PD의 장점이었다. 그는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에서 단편영화 ‘러브버즈’(2019), 드라마 ‘내리겠습니다 지구에서’(2020), ‘엑스엑스’(2020)에 이어 최근 공개된 ‘백수세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엑스엑스’는 지난해 MBC에서 롱폼 형태로 방송이 됐으며, 최근 20분 내외의 미드폼 드라마 ‘백수세끼’를 통해서는 티빙의 구독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방영이 되는 플랫폼이 달라질 때마다 작품 의도와 연출법을 조금씩 바꾸며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했다.


“(플랫폼이 달라지면) 연출적인 부분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물론 크게 바꾸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MBC와 같은 매체에서 보여줄 때에는 조금 더 친절함이 필요했다. 편집을 할 때 컷의 길이를 조금 더 길게 가지고 가기도 했다. MZ세대가 보는 작품이 됐을 때는 짧게 가면서도 감정선은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OTT는 선택을 해서 보는 능동적인 관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도 괜찮다. 극 중 문자 메시지를 받는 장면에서도 이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뒤로 돌려서 다시 볼 수가 있지 않나.”


물론 저마다의 장점이 뚜렷한 플랫폼들의 특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본방 사수’의 개념도 흐려지고, 매체 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는 만큼 잘하고 또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기본’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는 섞이고 있는 것 같다. OTT가 성장하기 전에는 웹드라마와 레거시 미디어가 명확하게 나눠 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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