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상반기 공매도 전면재개 검토
개미 반발에 잇딴 공매도 개선 공약
“근본적 문제...불공정한 룰 손봐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악재에 요동치면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공매도 제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공매도 전면 재개가 주가 하락에 부채질을 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은 공매도 개선 관련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 금융당국 “가급적 상반기 정상화”...개인 거센 반발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스피200 등 대형주 위주로 허용하고 있는 공매도를 올해 상반기 중에 모든 종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매도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MSCI 지수 편입 조건 중 하나가 공매도 전면 재개이기 때문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지난달 2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 시기와 관련해 “거시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개 시기를 검토 중”이라며 “가급적 상반기 중 정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판 뒤 나중에 그 주식을 보다 싼 값에 되사서 수익을 얻는 기법이다. 일각에선 증시 침체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수 급락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를 금지 조치했다. 이후 공매도는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그동안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불안정할 때 ‘패닉 셀’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하는 공매도가 소액주주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증시가 급락한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가 거론되자 투자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개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공매도 서킷 브레이크·불공정거래 제재 공약 등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공매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책을 발표한 상태다. 1000만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선의 향방에 결정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젋은 층이 주식투자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두 후보 모두 공매도를 완전 폐지할 수는 없다는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에 관해 각자 다른 정책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공매도 개선 대책으로 개인투자자 담보 비율이 기관에 비해 높은 점을 고려해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크 도입’도 공약했다. 주가 하락 때 공매도가 급증해 다시 주가를 주저앉히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증권사의 부당한 대차수수료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환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은데, 이는 당연히 고쳐야 하는 것이고 공매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가정할 때 정부가 외국인과 기관에게는 총을 주고 개인에게는 맨손으로 하게 한 것”이라며 “기울어진 온동장에선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총을 이길 순 없는 상황으로, 이런 불공정한 게임룰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