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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이재명? ②] 인권변호사에 집착하는 이유


입력 2022.01.31 07:00 수정 2022.01.31 11:3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이재명 후보 “노무현 때문에 인권변호사 됐다” 주장

법조계 "노무현·문재인 전례 따라 지지층 결집 효과 기대"

"인권변호사 정체성 확보해 부정적 이미지 희석시키려는 포석"

“자신의 부족한 점 등을 포장해 정치적 역전 이루려는 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 혁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권변호사(人權辯護士)는 법률적 용어로 인권 침해를 당한 사회적 약자 등의 편에 서서 변론을 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여기서 인권침해(人權侵害)는 인권을 침해하는 일, 특히 공권력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약자 (社會的弱者)는 신체 또는 인지 기능이 다른 사람보다 약한 사람을 포함해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일반 주류 구성원들에게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받는다고 느끼는 집단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를 많이 하는 변호사로 정의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거론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인권변호사’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공개한 웹 자서전에서 사법연수원 시절 한 강연회에서 노무현 변호사가 “변호사는 굶지 않더라”라고 하는 말에 큰 감명을 받아 변호사 개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에 출마한 지난 2006·2008·2010·2014·2018년 선거 공보물 등을 통해 자신을 ‘인권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인권변호사 이재명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2014년 6월4일 6대 기초단체장선거 공보물), “89년~현재/ 25살 변호사 개업, 서민 무료 변론, 시국사건 변론, 노동운동 지원”(2006년 5월31일 4대 기초단체장선거 공보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 26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0년 성남시장 취임 전 변호사 시절 2001~2009년까지 맡은 형사사건 58건 중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1심 판결문 30건을 입수해 분석했는데, 이 가운데 20건 이상이 살인, 강간, 폭행, 횡령, 사기, 음주운전, 문서 위조, 성매매 알선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연인과 그의 모친을 살해한 이 후보의 조카(이 후보 누나의 아들), 자녀 앞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남성 등의 살인사건 이외에 이 후보가 맡은 사건들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인권변호사라더니 실제로 변호한 주요 사건을 뜯어보면 교제살인 두 건에 국제마피아 사건. 항의하는 철거민들은 폭행으로 고소했다”며 “인권의식 제로, 아니 마이너스다. …도대체 이 분을 인권변호사로 만들어준 사건이 뭐였나. 도무지 기억나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과거 ‘강동구 모녀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한 것뿐만 아니라 교제 여성을 살해한 또 다른 살인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변호한 의혹에 대해 “한 번은 조카의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는데, 두 번째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실 거냐”고 강하게 비판하며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셔야 할 것 같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 즉석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이재명 후보가 ‘조카 살인 변호’ ‘조폭 변호’ 등 인권변호사로서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한 이력들로 논란을 겪고 있음에도, 인권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해 국민적 호감과 지지를 이끌려내려고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이헌 변호사는 “일부 국민은 ‘인권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명함을 내세우면 혹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권변호사 간판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과 부정적인 과거를 포장해 정치적 역전을 이루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강신업 변호사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든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국민들도 여러 실상을 알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는 시도로 보인다”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전례를 따라 지지 세력을 모으려고 하겠지만, 이 후보는 그들과 같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이 한 변호사도 “그동안 공격적이고 직설적 발언 태도와 조폭 유착설, 친형 고(故) 이재선씨와 형수에 대한 욕설 논란 등으로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인권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아 희석시키려는 포석”이라며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전례를 따라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철휘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은 “이재명 후보는 판사·검사로 갈 수 있는 탄탄대로가 있음에도, 노 전 대통령의 강의에 감동해 어린 나이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며 “수많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며 이 사회의 정말 깨끗한 기둥으로 커 왔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는 “자신이 인권변호사였다는 주장을 국민에게 주입하는 데 성공하면 마치 돈을 벌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왔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국민을 속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자기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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