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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준·왕멍·판커신…중국 쇼트트랙 ‘나쁜손’들의 추억


입력 2022.02.03 12:58 수정 2022.02.04 21:5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서 비상식적 반칙으로 한국 쇼트트랙 발목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국 프리미엄 안고 나올 수 있는 교묘한 반칙 우려 ↑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1위로 골인했지만 실격 판정으로 인해 중국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 뉴시스

코로나19 악조건에서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흥행으로 ‘세계 최강’ 이미지를 굳히려는 중국의 야망은 쇼트트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설된 혼성계주 2000m 포함 쇼트트랙에 걸린 9개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는 중국은 개막 전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이끌었던 김선태 총감독과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안현수) 기술코치를 영입 배치해 최고의 성적을 꿈꾸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한국이다. 한국 쇼트트랙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총 3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24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쇼트트랙에서 한국 보다 금메달을 많이 가져간 나라는 없다.


중국은 이번에야말로 한국 쇼트트랙을 완벽하게 누르고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가뜩이나 견제가 심한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만 보며 레이스를 펼쳤던 중국이 홈에서 부릴 텃세와 개최국 프리미엄을 안고 저지를 교묘한 방해와 반칙은 메달색을 가릴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과잉 우려가 아니다. 박승희 해설위원은 과거 선수시절 인터뷰에서 “교묘한 반칙은 작전을 짜고 들어온다. 눈에 띄지 않게 건드리는 것은 사실상 막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홈이 아닌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중국 쇼트트랙의 ‘나쁜손’은 늘 어두운 그림자처럼 한국을 따라다녔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을 넘어뜨린 리자준을 시작으로 왕멍-판커신 등 중국의 ‘반칙왕’ 계보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리쟈준은 브래드버리를 탄생시킨 선수로도 유명하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김동성의 무릎을 손으로 낚아 채 국민적 분노를 샀다. 3위로 달리던 김동성이 리자준을 제치고 2위로 질주하는 순간, 리자준은 노골적으로 김동성의 오른 무릎을 잡아 넘어뜨렸다.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잡으려는 리자준의 반칙 때문에 김동성은 탈락의 피해자가 됐다.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리자준의 반칙 장면이 연달아 리플레이 됐지만, 3명의 심판은 개의치 않고 판정을 고수했다. 어이없는 파울과 판정에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고, 한국 측에서도 거세게 항의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후 리자준은 결승에서 안현수의 앞길까지 막으며 반칙왕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한민국 쇼트트랙대표팀. ⓒ 뉴시스

왕멍도 잊지 못할 반칙왕으로 기억된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변천사는 진선유-최은경에 이어 3위로 골인했지만, 경기 이후 왕멍을 밀쳤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왕멍에 동메달을 내줬다.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오히려 왕멍이 변천사의 허벅지를 왼손으로 누르는 장면이 포착돼 오심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3000m에서는 박승희에게 추월을 허용하자 코너링 도중 손으로 밀어버렸다. 고의적인 반칙으로 실격 당했지만 왕멍은 웃었다. 500m1000m 우승으로 종합포인트 68점을 챙긴 왕멍은 박승희가 1500m 우승으로 종합포인트 55점까지 추격하자 34점이 걸린 3000m에서 같이 떨어지는 반칙을 저질렀다. 왕멍 반칙의 희생양이 된 박승희는 6위로 들어왔고, 왕멍은 10포인트 앞서 통산 네 번째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리자준·왕멍과 달리 판커신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는 살아있는 반칙왕이다.


2014 소치올림픽 1000m에서는 박승희가 결승선을 통과하려 하자 손으로 옷을 잡으려는 비매너 행동을 취했다.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당시 장면을 지켜본 김동성 해설위원은 "저런 행동은 안 된다"며 "꿀밤을 때려주면서 '왜 그랬냐'고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는 심석희를 타깃으로 삼았다.


인코스를 파고든 심석희는 마지막 바퀴에서 판커신을 근소하게 앞섰다. 이 과정에서 판커신의 '나쁜 손'이 나왔다. 판커신은 코너를 돌던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채는 반칙으로 레이스를 방해했다. 심석희는 거친 파울을 뿌리치고 혼신의 힘을 다해 3위로 골인했지만, 1위는 줄곧 3위로 달리던 장이저(중국)가 차지했다. 중국 선수의 금메달을 만들어주기 위해 실격도 불사하는 판커신이다.


박승희에게 파울 범하는 판커신. ⓒ 뉴시스

월드컵 대회에서 최민정과 충돌했던 판커신은 평창올림픽 때도 3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가 최민정을 밀쳤고, 결국 중국의 실격을 불렀다. 판커신은 “경기 장소가 한국이 아니었다면 실격 판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을 참지 못했지만, 리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누가 봐도 명백한 파울이었다.


최근 심판진이 임페딩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경기 장소가 중국이라는 점은 꺼림칙하다. ‘베테랑’ 곽윤기는 “베이징에서 열렸던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를 치러보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미 텃세를 체감했다.


내부적인 갈등과 반목의 여파로 어수선한 시간을 보낸 한국 쇼트트랙은 이런저런 큰 부담 속에 중국의 텃세와도 맞서 싸워야 하는 물리적·심리적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도 한국 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길 유일한 종목으로 꼽히고 있는 쇼트트랙 대표팀이 중국의 나쁜손을 뿌리치고 갈고 닦은 기량을 한껏 뽐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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