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코미디와 전속계약
TV에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서 코미디가 외면 받는 건 아니다. 유튜브로 무대를 옮긴 코미디언들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새로운 코미디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코미디언들이 경쟁을 펼쳐 무대에 올라야 했지만,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만들어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끼와 재능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속 남녀, 친구 간의 상황을 관찰한 3~5분짜리 코미디 영상을 내세운 숏박스 채널이 나날히 구독자가 늘려가고 있다. 숏박스는 KBS 공채 희극인 출신 김원훈, 조진세로 운영하는 채널로, 한 달만에 구독자 50만명을 모았다. 최근에는 빠른 성장세를 눈여겨 본 메타코미디와 전속계약을 맺기도 했다.
숏박스는 '휴가 나왔을 때 군인 특징', '군인 인거 티나?', '경차사러 갔다가 람보르기니 산 썰', '내일 지구 멸망하면 뭐할거야?', '손흥민 어떡하냐'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나눌 수 있는 주제나, 맞딱뜨릴 수 있는 상황을 재치있게 그려냈다. 박장대소를 하는 개그는 아니지만 뛰어난 연기를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준다.
오래된 연인을 주제로한 '장기연애'는 많은 이들의 공감에 힘 입어 현재 430만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숏박스의 인기가 반가운 지점은 이 채널에서는 풍자나 조롱이 없다.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섬세한 공감과 관찰만으로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유튜브 내에서는 한 번이라도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썸네일부터 제목까지 자극적인 문구와 영상으로 범벅돼 있지만, 오히려 코미디언들은 세계관, 풍자나 해학 등 건강한 웃음을 지향하고 있다.
비호감 남성의 개성을 재해석한 '비대면 데이트', 중년의 남성의 특징을 살린 '한사랑 산악회', '한사랑 음악회' 2000년대 추억과 문화를 소환한 '05학번이 돌아왔다' 등을 만들어낸 김해준, 이용주, 정재영, 김민수, 아이돌그룹을 패러디한 매드몬스터를 탄생시킨 '매드TV', 재벌3세 CEO 캐릭터를 활용한 '이호창', 영화 속 클리셰를 보여주는 '무조건 나오는 장면' 등의 곽범, 이호창도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한 후 각자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인기를 많은 구독자 확보와 지지를 얻었다.
코미디언들은 과거부터 풍자와 혐오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비하 개그로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TV 보다 표현과 수위에서 제약이 없는 유튜브에서 개그를 전개하고 있지만, 건강한 개그를 앞세워 때로는 깊은 감동까지 주고 있다. 웃음을 주는 달라진 방식은 개그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