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행, 尹 관련 30건 공수처 고발…공수처의 야권 견제 행위에 '절차적 정당성' 부여
공수처, 尹고발건 21건 검·경 이첩…"尹수사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다"
사세행 "명분없이 尹눈치만 보는 기관…더 이상 기대와 신뢰 못해"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 요구 이어 나갈 것…공수처 자체는 없어져선 안 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사건 다수를 검찰에 넘긴 가운데, 고발인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직무를 유기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세행의 연이은 고발장 제출은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명분이 됐고 설립 초기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도 도움을 줬지만,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부담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기준 사세행은 공수처에 총 72건의 사건을 고발했다. 이 가운데 윤 후보와 관련된 사건은 30건에 달하며 이 밖에도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주로 타깃이 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세행이 공수처의 야권 견제 행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가 선제적으로 야권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 것은 어렵지만, 고발장은 수사에 나설 수 있는 '구실'이 된다는 것이다. 공수처와 사세행 양측이 암묵적인 동맹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한편에서는 사세행의 무차별적인 고발장 접수가 공수처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사건을 입건하고 수사를 벌일 때마다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여론의 불신 및 비판이 거센 탓이었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윤 후보에 대한 수사를 미루거나 불기소 처분할 경우 유력 대선 후보 '눈치보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적은 수사 인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공수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는 사세행이 윤 후보 관련해 고발한 사건 30건 중 21건을 지난달 검·경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사건 내용과 성격 등을 검토해 넘겼을 뿐, 윤 후보 사건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사세행은 김진욱 공수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윤 후보에 대한 수사 성과를 채근하는 상황이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11일 공수처 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 비리를 검찰에게 ‘땡처리’ 하듯이 도로 넘기는 이런 공수처가 과연 필요하느냐"며 "그렇게 설립을 촉구하고 소원하던 공수처지만 이제는 명분도 실리도 없이 윤 후보의 눈치만 보는 기관이 됐다. 우리 단체는 공수처에 기대와 신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신생 기관인 공수처에 너무 잦은 고발로 업무적·정치적 부담을 떠안기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는 "아무리 신생 기관이라고 해도 국민이 고발한 중대 사건들을 스스로 조절하는 건 용납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던 김 처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앞으로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며 "다만 반드시 필요한 조직인 공수처 자체가 없어질 필요는 없다. 거듭 쇄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수처는 현재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 등으로 윤 후보를 입건한 상태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은 여전히 수사 진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고발사주 및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수사는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의 건강 악화로 대선 이후에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출범 1년 간 '부실수사' '정치편향', '인권침해' 등 숱한 논란을 겪으면서 야권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여권으로부터는 미흡한 수사 성과에 대한 질타를 들어야만 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공수처의 대대적인 개혁 또는 폐지론 논의가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