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 이윤 배분 문제 비화
한 회사의 노사 협상을 5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지켜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이 상황은 외국의 사례가 아니다. 바로 삼성전자 얘기다. 아무리 주주라도 노사 협상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주주들은 진지하다. 노조가 성과금을 요구하며 이윤 배분의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 4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공동교섭단을 꾸려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매년 영업익의 2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삼성전자 영업익과 정규직 직원 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성과금은 1인당 8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익이 전년 대비 43.5% 늘어난 51조639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러나 주주들이 기대했던 특별배당은 없었다. 대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불만은 있겠지만 투자를 통해 주가가 오른다면 주주입장에선 어느 정도 감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과금 요구를 수용하면 설비투자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마저 위축될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런 위기감이 잘 드러난다. 소액주주 A씨는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만 20조~30조원이 들어간다"며 "이익을 거둔 데로 당장 다 나누자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 B씨는 "영업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공멸로 가자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시장의 화두는 소액주주 보호다. 그간 기업들이 자사의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등한시 해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늘리고 있는 이유도 시장의 눈초리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노조 요구를 따라 25%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시장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소액주주의 수와 코스피 시가총액 1위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시장 내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사측의 요구 수용 여부 이전에 노조는 성과급 25%가 무리한 요구라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주주인 만큼 성과금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할 경우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국내 증시가 덩치를 불린 만큼 시장은 소액주주 권익에 대한 문제를 요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라도 투자자를 배제한 경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