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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라도 은행 적금 '외면'…목돈 모으기 포기한 서민


입력 2022.02.15 06:00 수정 2022.02.15 07:4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새해 첫 달에만 5000억 이탈

11조 쓸어 담은 예금과 대비

5대 은행 본점 로고.ⓒ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 적금에서 새해 들어 첫 달에만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 힘입어 해가 바뀌자마자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은 예금과 달리 적금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적금만으로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서민의 목돈 모으기를 위한 은행 상품은 점차 존재감을 잃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원화 적금 잔액은 총 34조549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5515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적금 보유량이 11조988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 줄었다. 농협은행 역시 6조9021억원으로, 신한은행은 5조8547억원으로 각각 1.7%와 2.1%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이밖에 하나은행도 5조723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4조800억원으로 각각 1.0%와 1.9%씩 적금 잔액이 줄었다.


이는 시중 금리 상승을 타고 빠르게 자금이 쏠리고 있는 예금과 확연히 대비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의 원화 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666조776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 늘었다. 액수로는 11조8410억원이나 불어난 규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올렸다. 이어 같은해 11월에도 0.25%p 인상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는 1%대를 회복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에도 두 차례까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대 은행 적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금리만으론 자산 증식 '한계'


적금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더 이상 은행 상품만을 통해서는 자산 증식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쌓아 목돈을 만드는 정기적금은 서민과 사회 초년생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전통적 수단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치솟는 집값을 따라 잡기 어려워지자 적금을 향하는 수요는 계속 위축되는 흐름이다.


반면 예금은 풍부해진 시장 유동성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불러온 제로금리 이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와중, 한은 기준금리가 반등하자 그 동안 시중 자금을 은행 예금이 다시 흡수하는 형국이다.


절세용 은행 상품 가입이 늘고 있는 점도 적금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연금저축은 총 급여에 따라 13.2~16.5%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최대 납입금액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개인형퇴직연금와 개인연금펀드,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는 물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만기가 되면 운용손익을 통산한 후 절세 혜택을 부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의 경우 장기적으로 기반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리가 반등하더라도 성장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금리만으로 목돈을 만들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분명한데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의 저축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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