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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그 경계 [김민석의 갓심]


입력 2022.02.21 07:00 수정 2022.02.20 19:3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與 '마이클잭슨 닮은 여인' 외모비하 발언 논란

'진종오 선수, 지지선언' 에 징계요구도 '역풍'

표현의 자유의 '정치적 악용' 극도로 경계해야

1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윤석열과 함께 여는 스포츠 르네상스시대'에서 올림픽 사격 금메달 리스트 진종오 선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15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국가의 탄생'은 대표적인 문제작이다. 형식면에선 현대 영화 기법을 정립한 걸작이지만, 미국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쿠·클럭스·클랜)을 정의로, 흑인을 악당처럼 표현한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당시 미국에선 "영화라도 인종차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되는가"하는 게 논란이 됐고, 일부지역에선 폭동까지 일어나 몇몇 주는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 이 작품은 더 큰 논란이 된 건 당시 미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때문이다. 윌슨 대통령은 이 영화를 미 역사상 최초로 백악관에서 상영한 뒤 "유일하게 애석한 건 모든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란 것"이라고 극찬했다.


윌슨의 극찬은 미국 내 흑인혐오를 일으켰고, 곧 당시 사회문제인 이민자에 대한 분노까지 자극했다. 윌슨의 한 마디가 '자의적'이던 논란을 '정치적'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국가의 탄생은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으로 악용돼, 사회적인 문제로 악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케케묵은 영화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비슷한 표현의 자유 논쟁이 일어서다. 논쟁은 가수 안치환씨가 지난 11일 '마이클잭슨을 닮은 여자'라는 신곡을 발표면서 시작됐다. 이 곡이 지칭하는 여인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란 해석이 나오면서 즉시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이경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마이클잭슨에 비유했다는 건, 이렇게 위대한 뮤지션에 비유해 줬다는 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겠나"라고 발언하면서 더 커졌다.


이 발언은 이미 이 노래가 정치인의 모순된 행위·정책을 꼬집는 '풍자'의 선을 넘어, 상대 대선후보 부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 밖에 없다는 논란으로 뜨겁게 달궈진 상황에서 나왔다. 결국 안씨가 주장하던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인격모독이란 사회문제로 악화됐다. 사태 심각성을 안 민주당은 곧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틀 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단 논란에 휩싸인다. 이 논란은 진종오 전 사격 국가대표 선수가 윤 후보를 지지한단 발언에서 시작됐다. 서울시 체육회 소속인 진 선수가 윤 후보를 공개지지하자 민주당 서울시의회는 경기인의 정치활동을 제한한 '행동강령 제9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행동강령 내 '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소신은 존중된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헌법상 권리다"라고 민주당 측 주장에 반박했다.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재차 실패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1항에 명시된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다. 그리고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우리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선거에 활용되는 발언이라면, 그 책임감은 백 번을 강조해도 좋다.


대선 때마다 각 당과 후보들은 '헌법의 수호자'라는 타이틀을 내건다. 정말 헌법을 수호할 것이라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잘 생각하고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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